이라크軍, 키르쿠크 유전지대 진입… 쿠르드 자치정부 무력 대응 포격전 이라크 “계속 진격”… 충돌 더 커질듯
16일 이라크에서 분리·독립하겠다고 선언한 쿠르드자치정부(KRG)와 이라크 정부군 간에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2014년 이후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이라크 중앙정부와 KRG가 큰 갈등 없이 지내온 점을 감안할 때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KRG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지난달 25일 ‘쿠르디스탄’(쿠르드 독립국가 명칭) 설립을 위한 분리·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긴장이 고조돼 온 상태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충돌은 이라크 정부군이 대표적 유전 지대인 쿠르드족이 장악한 키르쿠크 남부로 진입하면서 발생했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키르쿠크의 유전과 군사 기지 반환을 요구했지만 KRG가 이를 거부해 군사작전을 시행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일부 원유 플랜트 등 산업시설과 K1 공군기지를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는 키르쿠크 유전 인프라 전반을 통제하고, KRG의 군사력을 몰아내는 것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족 간 군사 충돌은 서로에 대한 포격을 위주로 진행됐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KRG 측 관계자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말해 교전이 치열했음을 시사했다. 이라크 정부군도 “부대가 계속 진격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군사적 충돌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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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KRG의 경우 분리·독립이 성공할 경우 신생 국가로 연착륙하는 데 키르쿠크 유전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쿠르드의 군사 조직인 ‘페슈메르가’가 IS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절에도 적극적으로 키르쿠크 유전을 지키려 한 배경에는 이 지역이 쿠르디스탄 설립 뒤 ‘돈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KRG와 이라크 중앙정부 간 충돌이 계속되면 올해 7월 제2의 도시인 모술에서 IS를 겨우 몰아낸 뒤 재건 작업에 나선 이라크 내부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쿠르드족의 독립 의지가 매우 강하고 페슈메르가의 군사력도 만만찮아 무력 충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타 지역에서도 쿠르드족 관련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터키와 이란의 쿠르드족들이 이라크 사태로 동요할 경우 중동 전체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정세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로라 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폭력에 반대하고, 이라크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