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에르메스 조향사 나이젤
최근 새 향수 ‘에르메스 트윌리’를 만든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을 서울 강남구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조향사는 영감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직업이라 보람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번에 새로운 향수를 만드셨다고요, 나이젤 씨.
“네. ‘에르메스 트윌리’라는 향수예요. ‘에르메스 코드’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을 상상하면서 향을 만들었죠. 젊은 여성들의 쾌활함과 밝음, 그들의 위트 말이에요.”
―에르메스 코드라고요.
“에르메스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이라고 할까요. 요즘 젊은 여성들은 스카프를 목에만 두르지 않아요. 가슴에도 머리에도 두르죠. 그런 점에서 한국 여성들은 갈수록 스타일이 대담해지는 것 같아요.”
그는 2014년 에르메스에 영입됐다. 당시 향수 업계의 빅 뉴스였다. 그의 이름은 ‘관능적 향수’의 대명사와 같았다. 스위스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위스 제네바대에서 화학을 전공해 조향사가 된 그는 그동안 랑콤, 카르티에, 크리스티앙 디오르, 조르조 아르마니, 조말론 등 쟁쟁한 브랜드들의 향수 100여 개를 만들어 히트시켰다.
―에르메스는 다른 브랜드와 다릅니까.
그렇게 에르메스를 익히는 2년의 시간을 보낸 뒤 지난해 두 개의 제품을 만들고 올해엔 ‘오 데 메르베유 블뢰’에 이어 트윌리를 조향했다. 보조 스태프는 있지만 향을 결정하고 원료를 배합하는 건 오로지 그 혼자 한다.
―럭셔리 업계에 조향사는 몇 명이나 됩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우주비행사 수보다 적다는 거예요.(웃음)”
―다시 트윌리 이야기인데, 그래서 어떤 젊은 향기를 만들었습니까.
―어떻게 영감을 얻습니까.
“제게 향수를 만드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아요.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을 떠올려 보세요. 에르메스 스카프의 여러 색을 섞어 향기로 구현하면 향수가 되거든요.”
나이젤은 파리에 오면 꼭 커피 한잔 같이 하자며 다정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에게서는 향이 나지 않았다. 수시로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려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