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아주 서툴게나마 한국어를 구사하던 그녀는 한국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의 정치와 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민주적인 선거를 경험한 적이 없는 그녀는 시종 진지했고 이듬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의 선거 문화를 동경하는 기고문을 보내왔다. 최근에는 한국 선거방송에 출연하여 쿠바를 알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잠깐 동안의 인연이었지만 서로에 대한 따뜻한 교감이 만들어낸 실로 놀라운 결과가 아닌가.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을 우리는 정(情)이라 부른다. 2016년 영국 이스트런던대의 팀 로머스 박사는 한국의 정을 인류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계의 아름다운 단어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정작 시급한 것은 공무원들이 공복의식을 새기고 공동체의식을 몸소 실천해 나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에 정을 담아야 한다. 정책 입안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중앙부처는 물론이고 주민 최접점에 있는 모든 공직자가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행정’을 통해 공동체의식 복원에 노력해야 한다. 동네정치에 대한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고 협치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확산된다면 1948년 서양식 선거제도 도입 이후 70년에 걸쳐 다져온 한국적 민주주의도 또 하나의 민주주의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쯤 되면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전해준 서방 국가에서도 문화한류와 더불어 한국의 정겨운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다. 정이 깃든 민주주의도 한류가 될 수 있다.
김대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