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해외지출 30조원 돌파… 여행수지 8월까지 109억달러 적자 이미 역대 연간 최대 규모 넘어서
국내 소비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해외 씀씀이만 급격히 커지면서 내수 활성화로 경기를 진작시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공염불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광, 의료 등 국내 서비스 산업이 규제에 묶여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의 핵심인 가계의 지갑이 나라 밖에서만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로 향하는 소비 심리를 국내로 돌리지 못하면 연 3%대로의 경제성장률 회복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2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 금액은 올 상반기 15조61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14조7186억 원)와 합하면 최근 1년간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돈은 30조3305억 원에 달했다. 이는 해외 관광 등을 떠나 쓴 돈이 대부분이다. 해외 직구(직접구입)나 업무(회사 출장 등)로 쓴 금액은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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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추석 연휴에 하루 기준 해외 출국자 수는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여행객은 11만4751명으로 이전 최다인 올해 7월 30일(10만9918명)을 뛰어넘었다.
이러는 사이 올해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치가 확정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8월 여행수지 적자는 109억3650만 달러(12조5300억 원)로 역대 최대 적자폭을 보였던 2015년(100억5560만 달러·11조5000억 원)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에 더해 혁신성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서비스산업 선진화, 규제 개혁 등 과거 정부에서 썼던 정책들을 재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각종 법률 개정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현 정부에서 보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