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더 외로운 노인들… 함께 나누는 한가위 홀몸노인 챙기는 택시기사 송수빈씨
제주에서 13년째 홀몸노인 반찬 배달 봉사를 하고 있는 송수빈 씨가 자신의 택시에 앉아 웃고 있다. 송 씨는 “명절에 특히 외로울 어르신들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나눔을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추석 명절을 앞둔 2일 ‘휴무’ 표시등을 켠 택시에서 내린 송수빈 씨(49)가 제주 제주시 오등동의 한 주택 문을 두드리자 김모 할머니(92)가 미처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달려 나왔다. 웃음을 머금은 눈가엔 주름이 가득 잡혔다. “아이고…. 잘도 반갑수다게(매우 반갑습니다).” 택시 운전사 송 씨는 2주에 하루 김 할머니처럼 혼자 사는 노인에게 밑반찬을 배달한다. 올해로 13년째다.
이날 송 씨는 밑반찬 말고도 선물을 준비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모은 후원금으로 산 전통시장 상품권이다. 연휴가 길수록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홀몸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송 씨는 “나도 어린 시절 가난 탓에 김밥은커녕 주먹밥도 먹지 못한 어린이날, 소풍날이 유난히 더 서러웠다”며 “명절을 앞두고 봉사자를 이렇게 반기는 어르신들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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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일한 덕에 2005년 개인택시를 갖게 됐다. ‘그동안 주변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베풀 때다.’ 송 씨는 그 길로 홀몸노인 반찬 배달 봉사에 참여했다. 택시로 제주 곳곳을 누벼온 운전 솜씨를 살려 갑자기 쓰러져도 돌볼 사람이 없는 홀몸노인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목표였다. 처음엔 반찬을 전해 주는 게 전부였지만 만남이 잦을수록 정이 붙었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정정했던 어르신이 어느 날 세상을 떠나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럴수록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전하겠다’는 각오를 새겼다.
송 씨의 나눔은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봉사 때마다 조수석에 태우고 다닌 첫째 아들 근휘 군(17)이 어느덧 고교 2학년생이 돼 주말마다 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을 소독하고 정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송 씨는 “(어르신을 만나러 다니는 일이) 대단하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봉사활동을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손님도 더 많아지는 기분이 든다”며 “숨이 붙어 있는 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했다.
어린이재단 콜센터(1588-1940)나 홈페이지(www.childfund.or.kr)에서 송 씨의 나눔 정신에 동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