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 산업부 기자
정수기 렌털 사업으로 성장한 코웨이는 공기청정기, 비데 시장 점유율도 1위다. 코웨이는 이들을 모아 ‘환경가전’이라고 부른다. 가입자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군이라는 뜻이다. 30∼50대 주부층이 주 고객이다.
바디프랜드와 코웨이에 관심을 가졌던 곳이 있다. SK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SK㈜다. SK㈜는 두 기업을 통째로 사거나 지분 투자라도 하고 싶어 했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이동통신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SK의 지주사가 왜 안마의자나 정수기에 눈독을 들였던 걸까.
SK㈜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진다는 단서는 또 있다. 이달 초 SK㈜는 미국 개인 간 차량 공유업체 ‘투로’에 지분 투자를 했다. 단순히 차량공유 서비스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투로 경쟁력의 핵심은 ‘모빌리티(이동성) 플랫폼’이라는 데 있다.
SK는 국내에서 ‘이동’이란 단어로 상상할 수 있는 과정 상당수에 대한 사업을 하고 있다. 우선 렌터카(SK렌터카)와 차량공유 서비스(쏘카)를 갖고 있다. 가는 길은 내비게이션(SK텔레콤의 T맵)이 알려준다. 기름을 넣을 주유소(SK엔크린)도 한 식구다. 결제나 멤버십 할인뿐 아니라 자동차 수리까지 SK라는 한 울타리 아래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직은 계열사마다 흩어진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 결국 이 조각들로 확실한 밑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게 SK의 목표다. 자동차를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SK는 이들 사업 간 시너지로 언제든 ‘도로 위 점령자’가 될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 투로 지분 투자는 이 그림을 해외로까지 확대해보겠다는 장기 플랜의 일환일 것이다.
SK그룹이 안마의자, 정수기, 차량공유업체에 손길을 뻗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치는 사용자 수가 결정한다. 이들 사용자 집단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들이 곧 플랫폼을 가진 기업 가치다. 모바일을 기초로 한 산업 변화가 주로 ‘연결’에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누가 그 위에 지붕을 지을 것인지가 핵심인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같은 기술이 아니라 플랫폼을 구축하는 자다”라는 분석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국내 대기업 중 SK가 그걸 가장 먼저 눈치 챘다.
서동일 산업부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