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 조심스러운 측면 있다…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 필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처럼 여당 및 청와대와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다른 발언을 하는 것이다.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에 휩싸였던 김 부총리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현 정부에서 실제 정책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걸 뻔히 알면서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립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개최한 경제 현안 간담회에는 홍장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등이 처음 참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김 부총리가 처음으로 참석을 요청해 함께했다. 부총리 간담회에 청와대 수석과 한은 총재가 한꺼번에 참석한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김 부총리가 케이크를 준비해 생일을 맞은 이 총재를 축하하는 깜짝 파티까지 열어 눈길을 끌었다.
김 부총리가 최근 혁신성장에 대해 줄기차게 강조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혁신성장은 산업생태계 혁신, 규제개혁 등으로 민간의 활력을 도모하자는 주장으로 소득 주도 성장과는 차이가 있다. “사람 중심 투자의 또 다른 한 축이 혁신성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게 김 부총리가 최근 밝힌 지론이다. 청와대는 14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개최한 수석·보좌관회의 후 서면 브리핑에서 “혁신성장을 기치로 민간 일자리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혁신성장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관가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소신 없고 존재감이 없다는 세간의 평이 나오자 의도적으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자신의 입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대정부질문에서 김 부총리는 김동연 패싱 논란에 대한 말이 나오자 “남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아쳤다.
일각에선 김 부총리의 언행은 결국 청와대와의 교감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경제 부처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여당 지도부 발언과는 배치되지만 청와대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