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문서 노련한 답변 눈길
이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 공세를 특유의 낮은 음성과 점잖은 어투로 대응하면서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선보이고 있다. 신문기자로서의 오랜 경험과 국회의원 시절 여러 차례 대변인을 거치며 다져진 순발력과 내공이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총리에게 ‘여니’(문 대통령의 애칭 ‘이니’에서 착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야권 지지층에서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구미호 같다’ ‘기름장어로 불렸던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필적할 만하다’ 등의 촌평이 나온다.
하지만 이 총리는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꺾고 핵심을 파고드는 독특한 화법을 선보였다.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이 잘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의원의 질의에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에서 인정하는 태도로 추가 공세를 막은 것. 이에 이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으면 여당이 당장 탄핵을 했을 것”이라며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민주당) 전문위원실의 실무자가 작성한 것으로 탄핵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문건 자체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당 지도부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의원은 “말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해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자 “그 짓은 잘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켜갔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자격과 임명 여부를 놓고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총리는 이날 현안점검회의에서 ‘비유’를 활용한 민생 강조 메시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종합대책의 보완을 지시하면서 “유리창이 깨진 걸 보면, 다른 사람도 유리창을 훼손하기 쉬워진다는 법칙이 있는데, 몰래카메라 범죄가 깨진 유리창처럼 더 창궐하기 전에 그걸 제지해야 될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통신비 문제는 중국음식에 비유했다. 그는 “탕수육 먹기 어려운 분은 짜장면을 드시면 되는데 휴대전화는 그렇게 선택 폭이 넓지 않다”며 통신비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