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족집게’ 도사들

입력 | 2017-09-09 03:00:00

개막前 호언장담 얼마나 지켜졌나




9월은 시즌 개막 전 스프링캠프 내내 씨를 뿌린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한 해 농사가 결판나는 시기다. 개막을 앞두고 쏟아낸 ‘말’들은 어떤 결실이 돼 돌아왔을까.

LG 양상문 감독은 개막전 선발 투수 소사를 공개하며 “제가 LG 유니폼 입고 넥센 상대 전적이 좋았다. 우리 LG가 개막전에서 꼭 이긴다는 확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넥센과의 개막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은 LG는 7일까지 넥센전 상대전적에서 9승 1무 5패로 우세를 이어갔다.

이대호는 롯데에 입단하면서 지난 시즌 NC전 열세(1승 15패)를 묻는 질문에 “이제 그렇게 쉽게 지진 않을 것이다. 만만한 팀이 아니란 걸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그의 호언장담대로 롯데는 올 시즌 NC전 9승 7패로 설욕에 성공했다. 특히 이대호는 상대 팀 중에서 NC에 타율 0.382, 5홈런, 14타점, 10득점으로 가장 강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시즌 목표로 “캡틴 김주찬, 에이스 양현종을 포함해 모든 선수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또 홈에서 멋진 포스트시즌 경기를 하도록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5월까지 1할을 치던 김주찬은 8월 들어 3할 타율에 복귀했고, 지난해 승운이 따르지 않던 양현종은 다승 단독 선두(18승)다. 리그 1위 KIA는 광주에서 단순한 포스트시즌 경기가 아닌 한국시리즈까지 노리고 있다.

후배의 활약을 ‘족집게 예언’한 선배도 많다. “정말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이정후를 지켜봐 달라”고 했던 넥센 신재영의 말처럼 이정후는 신인 최다안타 기록(157개)을 23년 만에 새로 썼다. “구창모가 이제 국가를 대표하는 첫걸음을 하지 않을까 싶다”던 NC 임창민도 구창모의 24세 이하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 선발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두산 양의지는 “(함)덕주 같은 어린 투수들이 잘 던지고 있다. 김명신이라는 신인 투수도 주목해 달라”고 했는데 올 시즌 함덕주는 8승을 낚으며 5선발을 꿰찼고, 김명신 역시 7월 말 부상 복귀 후 평균자책점 2.82로 두산 불펜을 떠받치고 있다.

“올해 많이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셀프 활약’을 다짐한 롯데 박세웅은 시즌 내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생애 첫 10승 고지를 돌파해 12승을 낚았다.

삼성 구자욱은 “은퇴하는 이승엽 선배님을 좋은 모습으로 보내드릴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팀 성적은 최하위권에 처졌다.

뱉은 말을 가장 씁쓸히 주워 담아야 하는 건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다. “올해는 0.2%를 보강해 반드시 가을야구 갈 테니 응원 부탁드린다”던 그는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감독직을 내놨고 한화는 올해 포스트시즌도 남의 잔치가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