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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의 딸… 그림자 내조 美서도 통하더군요”

입력 | 2017-09-04 03:00:00

‘메릴랜드 주지사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경제사절단 이끌고 방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의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는 2일 서울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메릴랜드와 한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릴랜드 주지사실 제공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한국을 위해 기도해요. 전 한국의 딸이니까요.”

최초의 한인 출신 ‘주지사 퍼스트레이디’ 유미 호건 여사(58)가 2일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주목하고 있는 한국 뉴스는 ‘북핵 문제’”라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주변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건 여사는 20세 무렵 미국으로 갔다. 세 자매를 둔 싱글맘으로 어렵게 살아가던 그는 2000년 우연한 기회에 현재 남편인 래리 호건을 만났고, 4년 뒤 결혼했다. 부동산 사업가에 정치 경험이 없던 호건 주지사는 그녀의 ‘한국식 내조’에 힘입어 2015년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에서 공화당 후보로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남편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찾아 돕는 ‘그림자 내조’는 한국식 내조의 전형이죠. 이 부분에선 김정숙 여사와 동질감을 느꼈어요.”

그는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워싱턴 한인행사에 초청받아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만났다. 당시 김 여사는 호건 여사에게 “한국에 온다면 청와대에 꼭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약속대로 방한 기간 두 사람은 청와대에서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한엔 메릴랜드 주정부의 투자사절단이 함께 왔다. 자신의 고향인 전남 나주를 방문해 메릴랜드주와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한국 기업 경영진과 만나 무역 및 투자 활성화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그의 방한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호건 여사는 “(무역을 끊게 된다면) 한국도 미국도 힘들어진다. 연방정부가 철회한다 할지라도 메릴랜드주는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메릴랜드에 한국 기업들이 와서 돈을 많이 벌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아시아나항공 측을 만나 볼티모어의 BWI 공항까지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 자동차 부품 공장이나 연구소를 유치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2015년 암 선고를 받았던 호건 주지사는 6개월 만에 완치됐다.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78%를 달리고 있어 1년 뒤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재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호건 주지사가 ‘태권도의 날’(4월 5일)을 지정하고, 주(州) 내에 한국로(Korean way)를 지정할 정도로 친한파적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만큼, 재선에 성공한다면 향후 한인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건 여사는 “남편의 재선엔 최선을 다하고 하늘에 결과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소수계, 싱글맘이란 한계를 딛고 미국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내 인생의 모토는 ‘포기하지 않고, 지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세 자녀를 키우며 미술 과외교사, 계산원 등 박봉의 일자리를 전전했지만 미대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잊은 적이 없었다. 결국 딸들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야 뒤늦게 학업을 재개했고, 꿈을 이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남보다 늘 먼저 행동하겠다는 삶의 태도가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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