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는 생전에 (작곡가로서)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시대가 쉽게 오지는 않았습니다. 말러가 죽은 뒤 사람들은 길고 복잡한 그의 교향곡을 어려워했고, 1933년 독일 나치 집권 이후에 유대인이었던 그의 음악이 금지되면서 유럽에서 그의 음악을 떠올리는 일은 더욱 드물어졌습니다. 그런 말러의 교향곡이 오늘날 베토벤과 맞먹는 위상을 갖게 된 데는 번스타인의 역할이 컸습니다. 전적으로 그의 힘만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죠.
1957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번스타인은 당대 미국인의 우상이었습니다. 유럽 출신 지휘자들이 주요 악단의 지휘대를 장악한 시절에 ‘순수 미국산 30대 젊은 피’로 미국 최고 악단을 짊어지게 되었으니 그럴 만했죠. 마침 1960년은 말러 탄생 100주년, 1961년은 말러 사망 50주년이었고, 번스타인은 말러 교향곡 전곡을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에 올리는 한편 이를 전집 음반으로 발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958년 스테레오 LP음반이 등장하면서 좋은 음질로 큰 규모의 교향곡을 듣기에도 맞춤한 조건이 마련된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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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5일은 번스타인의 99번째 생일입니다. 지휘자로서뿐 아니라 음악이론가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작곡한 작곡가로 뜨겁게 살았던 그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