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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의 음악상담실]부모가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

입력 | 2017-08-12 03:00:00

<44> 워너원의 ‘에너제틱’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저희 늦둥이 막내딸은 워너원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특히 강다니엘과 열애 중이죠. 딸은 이 예쁜 소년들의 ‘에너제틱’이란 노래가 너무 좋답니다. 아이에게 가사가 안 들린다고 하니까, 아이는 요즘 노래는 가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리듬과 ‘훅’이 중요하고, 얼마나 더 매력적인 가수가 부르느냐가 가장 중요하답니다. 타당한 말입니다.

아이와 함께 가사를 찾아봤습니다. 사랑에 빠진 소년이 터질 것 같은 기쁨으로 온몸에 힘이 넘치는 상태(energetic)가 되었다는, 타인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미친 듯 춤을 추자는 내용입니다. 거슈윈, 엘비스, 비틀스 등 몇 세대 전의 음악가들도 첫 출발을 할 때, 이와 비슷한, 모든 청춘들이 한 번쯤은 느꼈을 도파민 과다 분출의 영향과 기존의 틀에 대한 거부감을 노래했었죠.

저는 그런 펄떡거리는 날것의 감정이 너무 예쁘게만 표현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더 거칠었으면 했죠. 하지만 자꾸 듣다 보니 좋아지더군요. 미디어의 강력한 힘이기도 하지만 딸 덕에 요즘 ‘핫’한 노래 한 곡 배웠습니다.

부모에게 배우며 의존하던 아이들은 금방 어른이 됩니다. 어느새 나이가 든 부모는 자녀에게 의지하게 되고, 몰랐던 것들을 아이들에게서 배우게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은 부모들일수록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능력과 지평을 넓혀서 급변하는 세상에 더 잘 적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녀들과의 좋은 관계가 더 큰 요인이죠.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과 굳건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려는 열정과 희망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결론은 교과서입니다. 행복하게 나이 들려면 소중한 사람들과 진심과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키운 사람들에게 배우며 두 세대가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진정한 인간관계의 의미를 우리도 경험하고,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경험시켜 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녀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통을 하려면 먼저 관찰과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상대방의 소통 방식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죠. 친밀감의 표현에 서툴렀던 아버지는 친밀감의 박탈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아들이 따뜻하게 손자를 돌보는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원했었고, 원하고 있는지도 배울 수 있겠죠. 화를 잘 내던 어머니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손녀의 입장에 귀 기울이며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딸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에게서 배우며 서로를 이해하게 될 때, 부모는 더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자녀들은 부모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들을 키워준 윗세대를 정성을 다해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존중과 배려는 희망사항입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냐? 우리 발목을 잡지 말고 빨리 사라져 달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않아도 다행입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면 그들의 마음에서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이 우러나오게 해야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관계는 늘 변하죠. 물론 얻고 싶은 쪽이 더 노력해야만 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