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고조]금기시해오던 ‘北 정권교체’ 언급
출격 대기 중인 ‘죽음의 백조’ 북한이 1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4발로 포위 사격하겠다고 위협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출격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앤더슨 공군기지 홈페이지
이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군사공격을 통해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으로,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 발언 중 수위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한 ‘엄포성 말 전쟁’이 아니라 사실상 ‘최후통첩’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특히 매티스 장관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재앙으로 여기며 군사 옵션을 배제하고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군사전문지 밀리터리타임스는 “신중론자인 매티스 장관의 성명이 호전적이었다”며 “미국이 느끼는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 김씨 왕조의 붕괴를 뜻하는 레짐 체인지 언급을 북한이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결국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도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NBC방송은 9일 전현직 고위 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명령을 내리면 괌에 배치된 장거리 폭격기 B-1B가 북한 내 미사일 기지 20여 곳을 선제타격하는 작전계획을 미군이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괌에 6대가 배치돼 있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5월 말 이후 이미 11차례의 연습 출격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로 북한 영공에서 800km 떨어진 지점에서 목표물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고 전략폭격기 중 무기 탑재 능력이 가장 뛰어나 61t에 이르는 무장 병기를 탑재할 수 있다. 실제로 B-1B를 동원한 선제타격이 이뤄진다면 공중급유기, 전자전기, 호위 전투기 편대, 드론 등도 투입되며 북한군 전산망을 교란하는 사이버전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련 계획 수립에 관여한 고위 정보 관계자는 NBC방송에 “좋은 선택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한국 내 어떤 자산(무기)의 지원을 받지 않는, 폭격기를 통한 단독 공습은 여러 나쁜 선택들 중에선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회의(NSC)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불사’ 발언에 힘을 실었다. 서배스천 고카 백악관 NSC 부보좌관은 “우리는 단순한 ‘슈퍼 파워(초강대국)’가 아니다. 지금은 세계의 ‘하이퍼 파워(hyper power·대적 불가능한 초강대국)’”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다. 평양은 백악관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