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3일 평소 1면에 올리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당 지도부의 동정을 싣지 않으면서 공산당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비밀회의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런민일보는 보통 1, 2면에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 핵심 상무위원 7명의 동정을 싣는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베이다이허 회의 내용은 물론 개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런민일보에서 동정이 사라지면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된 것으로 봐왔다.
베이다이허 비밀회의는 매년 7월 말~8월 초 베이징 동쪽 해변 베이다이허에서 당 지도부와 각 계파 수장들이 모여 당 간부 인사 등을 결정한다. 올해 가을에는 5년마다 열리는 중국식 대선인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앞서 열리는 베이다이허 당 대회에서 치열한 권력배분 거래 끝에 당 대회에서 공개할 차기 지도부를 사실상 결정한다. 정작 중국 국민들에게는 지도자 선출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장기집권을 위해 1982년 폐지된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당 주석 제도 부활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당 주석은 당, 국가, 군 모두에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또 68세 이상 당 간부가 은퇴하는 제도를 폐지해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유임시킬지도 주목된다. 이는 올해 64세인 시 주석이 5년 뒤인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임기를 연장해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윤완준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