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커넥티드카 서비스’ 체험기
동아일보 기자가 7월 말 서울 강남구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에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스마트폰 결제 알림 창에서 확인 버튼을 누르자 미리 설정한 주유 금액 3만 원이 자동으로 결제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GS칼텍스 삼성로주유소. 자동차가 주유소에 들어서자 휴대전화에서 이 같은 알림이 울렸다. 확인 버튼을 누르자 한 시간 전 애플리케이션(앱)에 설정해 둔 대로 3만 원(19.3L)이 결제됐다. 셀프주유소라 바로 차량에 주유기를 꽂고 기름을 넣었다. 창문을 내리고 “얼마 넣어주세요”라고 말하거나, 신용카드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었다.
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차만 있으면 물건을 살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through)’ 결제 시대가 열린다. 신한카드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이달 시작해 내년 상반기(1∼6월) 중 서울 강남과 경기 지역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에 고유 아이디(ID)를 부여해 자동차를 결제 수단으로 만드는 스마트 결제 서비스다. ‘내 차’가 곧 ‘신용카드’가 되는 셈이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 봤다. 먼저 해당 기술을 개발한 차량용 핀테크 업체 오윈의 ‘픽’ 앱에 들어가 신한카드를 등록했다. 앱에 있는 지도에서 삼성로주유소를 고른 뒤 주유 금액을 미리 지정했다. 주유소에 들어서자 스마트폰에 결제 여부를 묻는 알림이 떠서 확인을 눌렀다. 차량 시가잭에 꽂은 엄지손가락만 한 수신기와 주유단말기마다 장착된 송신기가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은 것이다. 주유기를 연료 주입구에 넣고 손잡이를 잡아당겼더니 3만 원까지 기름이 채워졌다.
이번에는 앱 지도에서 카페를 찍었다. 아메리카노 2잔을 고르고 결제를 누르자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한 도착 예상시간이 떴다. 카페로 이동하자 점원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고객 차량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한 것이다. 오윈의 김규태 본부장은 “하반기 중 푸조 일부 모델에 이 시스템이 장착돼 나온다. 차량 자체가 카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건을 사는 것 외에 무인 주차 등에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커넥티드카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편리했지만 차내에 수신기를 설치해야 하고 스마트폰을 갖고 다녀야 한다는 점은 아쉬웠다.
신한카드와 오윈은 GS칼텍스 등 주유소를 비롯해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식음료 업체, 대형마트들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업체들은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고객의 주차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 “자율주행차로 가는 중간 단계”
전문가들은 커넥티드카가 자율주행차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본다.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향후 이 서비스가 발전하면 운전자들이 차 안에서 물건값을 결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차량이나 건물 등과 무선 통신을 할 수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글로벌 커넥티드카 시장은 2021년 1335억 달러(약 1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
차량에 디지털 아이디(ID)를 부여해 자동차를 결제 수단으로 만드는 스마트 결제 서비스. 자동차를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커넥티드(Connected) 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