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증원 정책, 비용 너무 적게 잡아 자치경찰-분권화도 계산 없이 풍선 띄워 기득권 내려놓고 혁신부터 해야… 창의적 발상 나올 것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잘생긴 수석비서관들이 커피를 들고 잔디밭을 걷는 모습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혹은 그 모습에서 소통의 메시지를 읽는 사람들도 있고, 혹은 흰 와이셔츠에 소매를 걷고 잔디밭을 걷는 남자들이 그렇게 섹시할 줄 몰랐다며, 이게 바로 ‘증세 없는 복지’라 박수 치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들이 셀카를 찍도록 무릎을 낮추는 대통령의 모습도 보기 좋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현재의 대통령과 멋진 참모들은 수학에 좀 약한 것 같다. 국정과제와 정부 정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비용과 편익을 정확히 계산했는지 의심이 든다. 우선 공무원 증원이 그렇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7만4000명을 증원할 경우 30년간 한 사람당 17억 원, 총 327조 원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를 보도한 신문들은 정권의 지지자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자치경찰제도 마찬가지다. 자치경찰을 도입하여 치안 서비스를 개선하고 국가경찰을 견제하여 인권 친화적 경찰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러나 243개 시군구마다 25명의 인력을 채용하고 청사와 장비를 마련하는 데 2조 원이 소요될 것이다. 이런 모델의 자치경찰로 국가경찰을 견제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연방제에 준하는 수준의 분권화를 하겠다는 발표도 그 계산이 정확하지 않다. 연방제란 역사적으로 국가의 성립 전에 작은 공국이나 주들이 존재했고, 이들이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루기로 결의하여 탄생한 정치체제다. 미국 독일 스위스가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런 연방제를 목표치로 내세우는 것이나, 현실적으로 8 대 2로 배분되어 있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고작 7 대 3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풍선을 띄우는 건 나중에 부작용을 초래한다. ‘분권’은 필시 ‘균형’과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인데 이건 우리가 슬기롭게 풀어간다 치더라도, ‘자치’가 죽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지역공동체의 회복이 분권의 선결조건이라는 진리를 주목하지 않는 것도 좀 불안하다.
공기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바쁘다. 나는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개혁을 권력은 계산하지 않고 있다. 계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빼놓는 셈법을 쓰는 듯하다. “표면적 인사 절차는 허울로 마련해놓고, 실제는 정부가 항상 내정자를 통보해 오고, 그를 후보로 올리라고 요구한다. 한 번도 비상임이사 한 명 자율적으로 선임하지 못했다”는 것이 바로 어제 거대 공기업의 간부가 내게 들려준 푸념이다. “정부의 지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개혁이나 혁신도 어렵고 눈치 보기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그는 난처해했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권력이 독점한 기득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혁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위에 정확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는 게 필수다. 이 셈법에 충실하면, 일자리 창출도 각국이 수십 년 실패해 온 공무원 증원에서 찾기보다 사회서비스와 경제지원 서비스 같은 곳에 젊은이들을 투입하는 창의적 발상을 하게 될 것이다. 3년쯤 지나면 어김없이 이 정부도 성적표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때도 국민들이 대통령과 셀카를 찍고 싶어 하고, 멋진 수석들이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