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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 우승’ 스피스, 캐디 말 듣길 잘했네

입력 | 2017-07-25 05:45:00

조던 스피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3번홀 티샷 슬라이스로 1벌타 감수 상황
캐디 조언 따라 보기로 막고 이후 승승장구


골프는 개인스포츠인 것 같지만 때로는 팀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 이유를 제146회 디 오픈 우승자 조던 스피스(24·미국)가 보여줬다.

스피스는 7월 23일(한국시간) 영국 사우스포트 로열 버크데일(파70·7156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일 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로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를 기록,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개인 3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PGA 챔피언십 우승만을 남겨뒀다.

스피스는 13번홀(파4)에서 선수와 캐디의 호흡이 골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 티샷한 공은 슬라이스가 발생해 오른쪽으로 많이 휘어져 풀이 무성한 곳에 떨어졌다. 2위 맷 쿠차(미국)가 맹추격하고 있어 타수를 많이 잃으면 우승과 멀어질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스피스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1벌타를 먹고 홀과 공이 있는 위치의 일직선상에서 뒤로 가서 3번째 샷을 하기로 결정했다. 스피스는 좋은 위치를 찾다가 연습장이 있는 곳까지 갔다. OB지역이 아니라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경기위원의 얘기를 들었다. 출전 선수들의 장비 세팅과 수리를 도와주는 차량 투어밴이 위치한 근처에서 공을 드롭했다. 그런데 투어 밴들은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어서 스피스는 벌타 없이 다시 드롭을 했다. 골프는 이처럼 룰을 잘 알면 절대로 손해 보지 않는 종목이다. 밴 옆쪽으로 이동한 덕에 라이가 좋았다.

이번에는 앞까지의 거리가 문제였다. 그 곳에서는 그린이 보이지 않았다. 스피스는 270야드 정도라고 생각했다. 3번 우드를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캐디가 말렸다. “230야드 정도면 그린 앞까지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통 거리를 놓고 선수와 캐디의 의견이 다르면 선수가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스피스는 캐디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3번 우드 대신 유틸리티를 들었다. 공은 정확하게 그린 앞에 떨어졌고, 스피스는 이 홀을 보기로 막았다. 2∼3타를 더 잃고 우승에서 멀어질 최악의 상황에서 캐디와 함께 마음을 맞추고 룰을 잘 이용하는 머리를 사용해 덕분에 손실을 최소화했다.

스피스는 경기 뒤 “사실 그 샷을 한 이후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캐디가 옳았다”며 웃었다. 위기를 벗어난 스피스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는지 라운드 초반 좋지 않았던 퍼트감각까지 살아났다. 14∼17번홀에서 버디∼이글∼버디∼버디로 5타를 한꺼번에 줄이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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