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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선동열 은퇴 제일 아쉬워한 건 롯데팬?

입력 | 2017-07-24 13:56:00




‘국보급 투수’ 선동열(54·사진)에게 7월 24일은 초대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이 된 날로 기억될 터. 그런데 27년 전 오늘(1990년 7월 24일)은 달랐습니다. 당시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 기사 제목에 따르면 쌍둥이에게 정복당했거든요.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선동열은 이날 경기 전까지 전신 MBC 시절을 포함해 LG를 상대로 12연승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날 비가 오락가락하던 잠실 경기에서 1-1로 맞선 5회말 선동열이 마운드에 오를 때만 해도 긴장한 쪽은 4연패를 당하고 있던 LG였습니다.

선동열이 3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LG 선발 김용수(57)도 5회초 1실점 한 걸 제외하면 무실점으로 버티면서 경기는 8회초까지 1-1 동점을 유지했습니다. 그때 8회말 LG 선두 타자 나선 박흥식(55·현 KIA 코치)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3루타를 뽑아내면서 분위기가 LG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LG를 상대로 무사 3루 위기를 맞은 건 천하의 선동열에게도 낯설었는지 그는 여기서 폭투를 범하고 맙니다. 그 사이 박흥식이 홈플레이트를 밟으면서 LG가 2-1로 앞서기 시작했고 이 득점은 결국 결승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선동열을 상대로 12연패 정도 당한 걸로는 명함을 내밀기가 힘듭니다. LG의 영원한 동반자 롯데는 더했거든요. 롯데는 1988년 8월 11일부터 1995년 9월 26일까지 선동열에게 20연패의 수모를 당했죠.

1995년 기록이 끊긴 건 선동열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하면서 롯데와 맞붙을 일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1988년 6월 12일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둔 뒤로 선동열이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그를 패전투수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999년 11월 21일 선동열이 일본 나고야에서 은퇴를 선언했던 그날 부산 시내 술집에 삼삼오오 모인 롯데 팬들은 ‘제발 우리한테 한번만 진 다음에 은퇴하라’며 분루를 삼켰다나 뭐라나.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