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깊이 안았다.
“나도.”
-성석제 ‘첫사랑’에서
‘첫사랑’ 의 작가 성석제 씨 동아일보 DB
‘첫사랑’은 성석제 씨 특유의 유머가 섞여 있긴 하지만 웃음기 가득한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유달리 애잔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작가는 ‘동성애’라는 코드를 썼지만, 이건 이른바 ‘불온함’의 대표격으로 읽힌다. 정해진 규율에 따라 생활하던 아이들은 그때껏 학교(혹은 사회)가 넘지 말라고 쳐둔 담장을 불온하게 넘어서면서 성장한다. ‘나’도 ‘너’와의 애틋한 불온함을 겪으면서 사내가 된다.
‘첫사랑’은 성석제 씨가 소설가의 이력을 시작했던 때에 발표했다. 인용한 문장은 졸업식 날 만난 ‘나’와 ‘너’가 포옹하고 헤어지는 장면이다. 그는 소설을 쓰기 전 시인이었는데, 시인이었던 때로부터 멀지 않아서인지 ‘첫사랑’은 시적 감수성이 풍부하다. 특히 ‘첫사랑’의 마지막 문장은 ‘시인 성석제’가 썼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