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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家에 먹구름 몰고온 미모의 러 변호사

입력 | 2017-07-12 03:00:00

트럼프 장남 접촉 베셀니츠카야
러 고위 관리 자제가 세운 투자회사 부패 스캔들 변호하며 작년 美 진출
‘클린턴 X파일’ 정보 미끼로 접근… 마그니츠키법 폐지 로비시도 가능성
NYT “트럼프 장남이 받은 이메일에 정보출처가 러 정부라는 내용도 있어”




트럼프 주니어(왼쪽 사진)와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

미모의 러시아 여성 변호사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가 미국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그가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러시아의 로비가 트럼프 일가를 향해 깊숙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주립 법률아카데미를 졸업한 베셀니츠카야는 3년가량 연방검사를 지낸 뒤 2003년 법률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주요 고객은 대형 국영기업이나 고위 관리의 자제들이 세운 회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인근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가 지난해 뉴욕에 진출한 것도 고객인 고위 관리의 자제가 지중해 소국 키프로스에 세운 투자회사 ‘프레베존 홀딩스’와 관련된 재판의 변호인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베셀니츠카야가 미-러 갈등의 대상이 되는 미국 법의 폐지에 나서고 있는 점이 크렘린과의 관계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러시아인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가 2008년부터 프레베존 홀딩스 조세 사기 사건에 러시아 검찰과 경찰, 판사, 세관원 등이 관련돼 있다는 내용을 조사하다 오히려 탈세 방조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던 중 숨졌다.

미국은 2012년 12월 이 사건 관련자들의 미국 입국과 미국 내 자산 동결을 담은 ‘마그니츠키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러시아에 경고를 보냈고, 러시아는 러시아 아동의 미국 입양을 금지하는 대미인권법 제정으로 맞섰다.

베셀니츠카야는 지난해 6월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을 때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공격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마그니츠키법의 폐지를 위해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는 베셀니츠카야를 트럼프 주니어에게 소개하고 이메일을 보낸 지인으로 알려진 음악 홍보업자인 롭 골드스톤이 등장한다. 그는 아제르바이잔 출신 러시아 팝스타 에민 아갈라로프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2013년 에민의 뮤직비디오 ‘또 다른 삶에서’에 카메오로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가 9일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의 만남을 보도하자 트럼프 주니어는 즉각 “2013년 미스 유니버스 행사 때 알게 된 ‘지인(골드스톤)’의 소개로 만났지만 만나기 전 이름도 몰랐다”고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자 NYT는 10일 베셀니츠카야가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트럼프 측에 제공하려던 클린턴 관련 정보의 출처가 러시아 정부라는 내용이 트럼프 주니어가 받은 이메일에 들어 있었다고 추가 폭로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베셀니츠카야가 제공한 정보가 너무 모호하고 무의미했다고 주장했지만 클린턴을 괴롭힐 만한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 변호사를 만났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초 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측 인사와 정해진 만남을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어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베셀니츠카야도 11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으나) 클린턴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WP는 트럼프 주니어와 베셀니츠카야의 만남은 트럼프 캠프 측이 클린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고 평가했다. 숨어 있던 장남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트럼프 일가로 번지는 상황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