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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감자 담배 심부름하는 변호사

입력 | 2017-07-07 03:00:00

징계위 회부된 변호사들 ‘천태만상’




구치소 접견실에서 의뢰인에게 담배 가루가 담긴 볼펜을 몰래 건넨 변호사가 징계를 받게 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8일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41)에게 담배 가루가 든 볼펜 등을 전달한 A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에 징계신청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변회는 앞서 구치소로부터 A 변호사의 비위사실을 통보받고 조사를 벌여왔다.

교정당국과 서울변회에 따르면 A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서울구치소 민원인 주차장에서 송 씨 회사 직원으로부터 재판 관련 서류가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이를 접견실에서 송 씨에게 전달했다. 송 씨에게 전달된 봉투에는 담배 가루가 들어있는 볼펜이 숨겨져 있었다.


A 변호사는 서울변회 징계위원회에서 “소송자료를 건네준 것은 맞지만 볼펜이 들어 있는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변회는 접견 당시 상황 등으로 볼 때 A 변호사가 봉투에 담배 가루를 숨긴 볼펜이 들어 있는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대한변협이 서울변회의 징계 요구를 받아들이면 A 변호사는 변호사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정직이나 과태료, 견책 처분 등을 받게 된다.

이 일로 송 씨도 구치소로부터 30일 동안 TV 등 편의시설이 없는 독방에 수용하는 금치결정을 받았다. 송 씨는 해외선물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1380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3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송 씨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5년 8월 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47·구속 수감)를 선임하면서 “보석이나 집행유예를 받도록 재판부에 로비를 해 달라”며 50억 원을 건넸다. 이 일은 지난해 초 법조비리 사건 ‘정운호 게이트’ 과정에서 문제가 됐다.

동료 변호사와 말다툼 중에 입에 담기 힘든 폭언을 퍼부은 B 변호사에 대한 징계 논의도 진행 중이다. B 변호사는 자신이 소송을 맡고 있는 기업의 사내 변호사에게 “×도 모르는 게” “재판 한 번도 안 해 본 것이” “78아(사내 변호사는 1978년생)” 등 막말을 2분 동안 쏟아부었다고 한다. 피해자인 사내 변호사는 B 변호사의 욕설이 담긴 녹음파일과 진정서를 최근 서울변회에 제출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녹음파일을 들어 보니 변호사의 품격이 땅에 떨어진 것 같아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팍팍해지면서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는 변호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변협은 수임료로 2000만 원을 받은 뒤 세무당국 등에는 1000만 원으로 축소 신고한 C 변호사에게 과태료 200만 원을 부과했다. 또 사건을 수임하고도 변론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 의뢰인과 갈등을 빚은 D 변호사에게도 과태료 200만 원이 부과됐다.

배석준 eulius@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