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음식四季]풍부한 영양가-단백질… 임금님도 드시고 기운 차렸다네

입력 | 2017-07-06 03:00:00

[동아일보-다이어리알 공동 기획]7월 민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는 민어. 더운 여름 몸보신에도 이만한 것이 없다.

《평균 기온이 연일 30도를 넘기며 7월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가마솥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떨어진 체력을 되찾아 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바로 민어.

7월 초복과 중복을 앞에 두고 민어잡이가 한창이다. 민어는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도 진상될 정도로 영양가와 단백질이 풍부한 특별 여름 보양식이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와 목포 인근 해역이 국내 대표 산지로 꼽힌다.

수온도 적당하고 갯벌 속의 풍부한 유기물이 민어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과 다르게 암컷보다 수컷 가격이 평균 2, 3배 높다. 눈으로도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데 비정상적으로 배가 부른 것은 암컷이다. 알을 그 정도로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살이 늘어져 식감이 푸석하며 영양분 대부분이 알로 집중된다. 그에 비해 수컷은 언제 잡아도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부레의 크기도 수컷이 훨씬 크다. 비린 맛도 없어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최근 중국산 양식 민어가 국내로 많이 들어오는데 간단하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양식은 몸통 부분이 유난히 회색이나 검은색에 가깝게 어두운 편이고 자연산은 은은한 은빛을 띤다. 여름철 진객 중의 진객, 민어를 만나보자.》
 

핫 플레이스 5

살점이 붙지 않도록 분리한 민어 껍질은 따로 데쳐서 먹으면 씹을 필요도 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별미 중의 별미다. 사진은 ‘쿠마’의 민어 껍질말이 요리.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생선 요리를 하는 곳은 많지만 여름철 보양식의 정점인 민어를 제대로 요리하는 곳은 흔하지 않다. 가격도 다른 생선에 비해 꽤 높아 도대체 어떤 음식점에 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민어 요리로 손꼽히는 곳들을 소개한다.

○ 쿠마

바닷속 용왕도 탐낸다는 민어. 여의도의 용왕님은 민어를 아낌없이 요리해 준다. 오마카세(お任せ·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그날 가장 좋은 재료를 택해 주방장이 알아서 코스 형식으로 내는 것) 전문점 쿠마의 김민성 주방장을 단골들은 ‘용왕’이라고 부른다. 수십만 원에서 그 이상을 호가하는 귀하신 생선을 호방하게 사들여 이런 애칭이 붙었다. 최근 107kg에 이르는 초대형 돗돔을 들여와 미식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점심에는 명란젓비빔밥과 멍게비빔밥, 저녁에는 오마카세 메뉴뿐이다. 요즘 계절에 맞게 하모(갯장어)와 민어 등 몸보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선보이고 있다. 제대로 맛이 오른 수컷 민어는 회로, 암컷 민어의 살은 전, 껍질은 무침 등 여러 방식으로 내놓고 있다. 여름철 회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매번 손질한 횟감을 레몬즙 뿌린 얼음물에 담가뒀다가 사용하는 등 위생적으로 관리한다. 가장 좋은 해산물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겠다는 철학과 식재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 둘 다 갖춘 몇 안 되는 곳으로 깐깐한 입맛을 가진 식도락가와 함께 가도 아쉬운 소리 듣지 않을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7 충무빌딩 2층, 02-2645-7222, 디너 오마카세 10만 원(1인)

○ 식영정

남도음식 전문점으로 식재료에 조예가 깊은 주인이 좋은 재료를 엄선해 상에 올린다. 흑산 홍어와 민어 요리가 중심이다. 부드러우면서 쫀쫀한 질감이 느껴지는 민어회, 지리, 전, 마른 찜 등을 선보인다. 뼈까지 넣고 40분 이상 끓인 민어탕은 등뼈가 입 속에서 부서질 정도로 우려낸다. 살은 대부분 녹아 안 보이지만 국물이 진국이다. 제대로 몸보신 하고 싶다면 민어코스 정식을 추천한다. 민어회와 보리굴비,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10길 33 2층, 02-573-1477, 민어조림 12만 원, 민어코스정식(2인 이상 주문) 10만 원(1인)

○ 경남횟집

인천 신포국제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경남횟집은 시장 내에서도 민어 요리로 으뜸가는 곳이다. 도톰한 민어회부터 꼬들꼬들한 껍질은 물론이고 귀하다는 부레도 맛볼 수 있다. 부레는 소금 양념에 찍어 고소하게 즐긴다. 특히 양념이 제대로 밴 민어조림은 칼칼하면서도 감칠맛이 올라 아주 제대로다. 사시사철 민어를 맛볼 수 있지만 제철인 여름에 보양식으로 유명해 맛과 더불어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인천 중구 우현로49번길 25, 032-766-2388, 민어회(특) 13만 원, 민어탕(2인 이상 주문) 1만3000원(1인)

○ 예전명가

매일 전남 목포와 신안 임자도에서 잡은 민어를 사용해 싱싱한 민어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메뉴는 회, 찜, 지리, 전 등으로 다양하다. 민어회는 쌈장과 마늘, 고추, 참기름을 섞은 장을 곁들여 먹는다. 빨간 실고추가 올라가 식욕을 자극하는 민어찜은 이곳의 대표 메뉴다. 반건조로 살이 더욱 쫄깃하고 함께 나오는 미나리와 콩나물, 양파를 호박잎에 싸 먹으면 좋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17-19, 02-2271-3155, 민어찜정식(오후 2시까지) 1만5000원, 민어전 4만 원

○ 중앙횟집

신안 임자도에서 잡은 민어만을 사용한다. 1∼3일 냉장 숙성시켜 감칠맛을 더한다. 회를 필두로 초무침, 전, 찜, 간국, 매운탕 등을 선보인다. 모든 메뉴를 조금씩 맛보고 싶다면 정식을 추천한다. 뱃살부터 껍질과 부레, 아가미뼈 등 특수부위와 무침, 튀김, 매운탕, 전과 찜 등을 한 끼에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찜은 1월에 말린 민어를 사용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꾸덕하게 말린 민어를 한 번 더 쪄 쫄깃하고 꼬들한 식감이 좋다.

전남 목포시 번화로 44-1, 061-242-5040, 민어정식(4인 기준) 15만 원, 민어전 4만5000원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정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음식사계 기사는 동아닷컴(www.donga.com)과 동아일보 문화부 페이스북(www.facebook.com/dongailboculture), 다이어리알(www.diaryr.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먹을땐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뱃살과 부레 특히 ‘진미’

● 민어 더 맛있게 즐기는 법


민어는 눈알이 맑고 선명하며 아가미가 새빨갈수록 신선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어는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살이 차지고 맛있다.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민어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의 생선이 그러하듯 우선 아가미를 펼쳐봐야 한다. 새빨갈수록 신선한 것이지만 이물질이 껴있거나 냄새가 나면 오래됐거나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 피해야 한다. 그 뒤 눈알을 확인해야 한다. 눈알이 맑고 선명해야 하는데 산란을 시작하기 전 암컷은 영양분을 알에 뺏겨 눈알이 흐리멍덩하다. 마지막으로 몸통을 눌러봤을 때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탄성이 있어야 한다. 생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육질이 물러지고 맛도 떨어진다.

민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조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먹는 것이 좋다.

‘민어를 잡으면 선주가 뱃살과 부레를 먹는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소리가 있다. 민어의 부레는 진미(眞味)다. 배를 가를 때 칼날을 너무 깊게 넣으면 내장을 터뜨리거나 상하게 할 수 있다. 우선 막을 제거한 뒤 썰어 먹으면 첫맛은 깊고 풍부하고 속은 쫀득쫀득하다. 기름장을 찍어 먹어도 좋다. 부레를 감싸고 있는 기름도 별미다.

단 두 점만 나오는 볼살은 고소해서 고추냉이를 따로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뼈 사이에 있는 사잇살은 생크림처럼 입에서 녹고, ‘바다의 삼겹살’ 뱃살은 아삭한 식감이 색다르다. 간은 신선한 민어에서 나온 것만 먹을 수 있다. 잡는 과정에서 민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쓸개가 터지고 간이 까맣게 돼 씁쓸한 맛이 나 탕으로도 쓸 수가 없다. 국으로도 끓여 먹지만 피가 슬쩍 나온 신선한 간은 생으로 썰어 먹어야 제맛이다. 지느러미살은 꼬들꼬들하며 턱살인 가마살은 연하고 차지다. 껍질은 살점이 붙지 않도록 분리한 뒤 따로 데쳐서 먹으면 씹을 필요도 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별미 중 별미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초간단 민어 껍질 요리법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