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방의 미래/북쿠오카 편저·권정애 옮김/408쪽·1만6000원·펄북스 ◇책의 소리를 들어라/다카세쓰요시지음·백원근옮김/320쪽·1만5000원·책의학교
지난해 가을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북쿠오카 페스티벌’의 벼룩시장 이벤트 ‘한 상자 헌책방’. 행사 개최 장소인 느티나무길은 종일 책 애호가들로 북적였다. 펄북스 제공
참석 인원은 12명. 그중 6명은 도쿄, 오사카, 히로시마에서 온 외지인들이었다. 토론은 자연히 한 도시에 대한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일본 출판업계의 전반적인 현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저 바다 건너 딴 나라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음은 첫 장(章)부터 확인할 수 있다. 출판전문지 ‘문화통신’ 편집장인 호시노 와타루 씨의 다음 발언에서 ‘이 나라’를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이 나라의 출판업 유통 시스템은 이미 구조적으로 붕괴해 버렸다. 독일에는 매출이 몇 년째 계속 늘어 분점을 내는 소규모 동네서점이 존재한다. 사업 모델이 이 나라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나라 책방은 책만 팔아서는 생존할 수 없다.”
책 도매상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한 ‘어림 배본’의 문제,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내려가지 않는 반품률, 호황 때 정착돼 불황에도 개선되지 않는 유통 구조…. “책 읽기보다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좋아서” 책방을 연 사람들의 절절한 생존기, 출판업자와 도매업자의 답변이 한국 출판계의 모습을 거듭 연상시킨다.
출판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들췄다가 업계 내부자들의 생소한 대화에 소외감을 느낀 독자라면 36세 북 큐레이터 하바 요시타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의 소리를 들어라’를 함께 훑어볼 만하다.
‘책과 책방…’에서의 한 책방 주인은 “책장에 손님 스스로 선택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서점에 대한 불쾌감”에 대해 언급한다. 북 큐레이터의 이야기가 정답이 아닌 하나의 사례임을 알려주는, 두 책의 연결점이다. 지난주 서울국제도서전을 흥미롭게 둘러본 독자에게는 두 책 모두 유용한 사고 확장의 도구가 될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