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인간은 언제 괴물이 될까/오노 슌타로 지음/김정례 조아라 외 4인 옮김/296쪽·1만5000원·에스파스
‘프랑켄슈타인’을 괴물 창조자 빅터의 성(姓)이 아닌 괴물의 이름으로 바꿔 버린 1931년 작 할리우드 영화. 사형당한 죄수의 뇌를 썼다는 설정도 원작과 다르다. 게티이미지 제공
강철 볼트로 목 뒤를 꿰어 조인, 넓게 벗겨진 이마에 누덕누덕 꿰맨 흉이 가득한, 처진 눈꺼풀 밑에 슬픈 빛깔 안구를 박아 넣은, 움직임 없는 입술 새로 흐느낌 가까운 신음과 욕설만 내뱉는, 키 2m40cm의 괴물 인조인간.
1931년 보리스 칼로프 주연의 영화가 대중에 각인시킨 이 익숙한 이미지는 그보다 113년 전 발표된 원작 소설 속의 괴물과는 전혀 딴판이다. 원작의 특징이 유지된 건 큰 키 정도뿐이다. 영국 작가 메리 셸리가 21세 때 존 밀턴의 ‘실낙원’ 속 언변 좋은 타락천사 루시퍼에서 영감을 얻어 창안한 괴물은 능숙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며 독서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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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는 널리 알려졌으나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괴물의 본질에 대한 분석으로 채웠다. 괴물이 창조주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해치는 살인마로 폭주한 까닭에 대해 지은이는 “재료로 삼은 살 조각의 유전적 성질 탓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관계를 맺으며 경험한 사소한 엇갈림과 다툼이 증오와 살의를 키웠기 때문”이라고 썼다.
“폭주의 원동력은 ‘언어’였다. 시골 오두막 헛간에 숨어서 언어를 배운 괴물은 인간 사회에 들어오기 위해 동정이 아닌 공감을 갈구했다. 처음 괴물의 목소리를 들은 장님 노인은 그에게 ‘당신은 성실한 사람으로 느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격해 다가가 손을 내민 그를 본 누군가가 ‘괴물이 노인을 습격한다’며 소동을 일으킨다.”
후반부는 이 특별한 괴물 캐릭터가 지킬과 하이드, 드라큘라 등 다른 ‘괴물 문학’을 넘어 올더스 헉슬리,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남긴 흔적으로 채웠다. 공감 가는 부분, 좀 무리한 연결이다 싶은 부분, 반반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