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의 필요성을 신봉해 왔다. 반생 동안 내 필요에 따라 자진해서 보험에 가입해 왔고 일상생활 때나 해외 체류 시에 늘 그 증빙 카드를 챙겨 들고 다녔다. 나이가 들어선 보장성이 높은 상해보험에 가입해 오랫동안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다. 그간 나는 보험금을 수령하는 혜택을 한 번도 누린 적이 없지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혜택이라 믿으며 만족하고 있었다.
나이가 75세가 넘으니까 상담사는 더 이상의 보험 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 왔다. 나는 늙은이라고 해서 보험에서 내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고, 담당자는 내가 오래된 고객이므로 특별히 배려한다면서 3년을 더 연장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구걸하다시피 계속된 상해보험이 내 나이 여든이 되자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그 후에는 이렇게 보험 없이 살아도 괜찮을까 늘 걱정하면서 살고 있다. 해외에 나갈 때면 여행자보험에라도 가입하기 위해 공항의 보험회사 점포를 기웃거리지만 점포마다 고령을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 그래서 해외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혹시나 불상사가 닥치게 되면 어쩌나 늘 불안에 떤다. 한 대형 보험회사의 간부에게 이 문제를 제기해 보았더니 고령자는 ‘매우 큰 위험률’ 때문에 보험의 상부상조 구조에서 부득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답이 왔다.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회사가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위험률이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는 그 위험률에 비례하여 인상된 보험료를 부담하게 해서라도 보험에 가입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이상옥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