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슐랭 레스토랑 누비다 귀국, 하주현 신세계푸드 외식팀장
하주현 신세계푸드 외식팀장은 ‘데블스도어’ ‘딘앤델루카’ 등 굵직한 외식 브랜드의 총괄 관리를 맡고 있다. 그는 “외식업의 트렌드를 읽으려 하루에 저녁만 세 끼를 먹기도 한다”며 “맛있게 식사하는 다른 손님과 달리 기를 쓰고 맛을 보는 내 모습이 가끔 재밌다”고 웃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하주현 신세계푸드 외식팀장(45)의 월급쟁이에 대한 생각은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해야 한단다. ‘꼰대’ 소리 듣기 딱 좋은 말이지만 그가 다니는 강연의 청중은 고개를 끄덕인다. 열심히 일하는 마음만으로 20년간 미국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과 특급호텔을 누볐던 그의 이력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영어를 제일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20년을 일했어요. 양식을 제일 안 먹었는데 10년을 프렌치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했죠. 지금은 술을 전혀 못 하는 제가 수제 맥줏집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능력이 부족하니 남들보다 더 수고스럽게 살자는 각오로 일한 시간이었죠.”
“호텔에서 10년을 객실 담당으로 일했죠. 총지배인이 되려면 외식을 알아야겠더라고요. 코넬대에서 호텔 레스토랑 매니지먼트 석사 과정을 밟던 어느 날 최고의 외식 서비스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뉴욕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다니엘 레스토랑을 찾아갔죠.”
공부하러 간 식당에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식사를 마친 뒤 음식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던 그의 열정을 다니엘 셰프가 높이 평가해 3개월 인턴직을 제안한 것이다. 그는 다니엘에게서 레스토랑 관리를 배운 경력을 발판 삼아 유명 레스토랑 관리 경력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적인 식당이다 보니 내 능력이 부족한 걸 느낄 때가 많았다”며 “그때마다 사장에게 ‘영어와 경험이 부족하지만 난 죽기 전까지 일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해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단순하다. 새 직장에 가면 3∼6개월간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업무를 숙지한다. 이 기간엔 주말도 반납한다. ‘단순무식’한 방법이지만 그는 이것보다 업무를 빨리 익히는 길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 팀장은 2015년부터 한 기업의 초청으로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내용은 한결같다. 자신은 아무런 재능이 없지만 오직 열심히 일해 회사에서 인정받고 커리어를 쌓아 왔다. ‘흙수저’라서, 딱히 재능이 없어서 취업 문턱에서 지레 겁먹고 있는 청춘을 위한 이야기다.
“월급쟁이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면 일할 동력을 잃어요. 진부한 이야기 같아도 내 능력을 키운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누가 안 시켜도 진짜 열심히 일하게 돼요. 제가 해 봤어요.”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