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오골계 유통으로 전국 4곳 감염
AI 농가 출입통제 조류인플루엔자(AI) 양성반응이 나온 전북 군산의 종계농장에서 닭을 사들인 경기 파주시의 한 농장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군산의 농장은 제주와 경남 양산시, 부산 기장군의 농장에도 닭을 판매했으며 이들 농장에서 모두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AI 의심신고를 한 제주 제주시의 한 토종닭 농가의 폐사한 닭에서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폐사한 닭은 전북 군산의 한 농장에서 제주의 농가 2곳을 거쳐 현지 5일장에서 유통된 오골계로 확인됐다.
군산의 이 농장은 제주뿐 아니라 경기 파주시, 경남 양산시, 부산 기장군에도 오골계를 공급했다. 이들 농장 모두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 AI의 최초 발생지가 군산이 아닌 전북 정읍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군산 농장은 전북 정읍의 한 농장에 오골계 150마리를 팔았다가 30마리가 폐사하자 나머지 120마리를 회수했다. 이후 폐사한 닭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날씨가 따뜻한 초여름에 AI가 발생한 것은 겨울에 발생했던 AI 바이러스가 잠복한 채로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야외에 남아있거나 오리류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바이스러는 잠복기가 상대적으로 긴 특징이 있다. 반면 지난겨울 큰 피해를 냈던 H5N6형은 전파가 빠르고 폐사율이 높아 ‘학살자’로 불리며, 2014, 2015년 크게 유행한 H5N8형은 초기 발견이 어려워 ‘암살자’로 비유된다.
6월에 AI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6월 10일까지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도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AI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철새 등이 옮기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잠복해 있다가 기온 등 환경이 맞으면 발병하는 AI의 ‘토착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토착화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체 감염의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처럼 여름에도 AI가 발생하면 바이러스가 오래 남아 있게 돼 인체 감염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안은 AI가 연중 발생하는 신호가 될 수 있어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일 의심신고가 접수되자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3일 확진판정이 나오자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1일 위기경보를 평상시 수준으로 조정해 사실상 AI 종식을 선언한 지 불과 하루 만의 일이다. 7월 초에는 AI 청정국 지위 회복을 국제사회에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 / 제주=임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