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바둑계 은퇴]대국중 갑자기 10분간 사라져… 부친 “화장실 가서 울었던 듯” 구글측 “셀프대국 기보 50판 공개”
희망 보이지 않자…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 9단이 27일 저장 성 자싱 시 우전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3번기 3국에서 불리한 형세가 뒤집힐 희망이 보이지 않자 바둑판 앞에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사진 출처 신랑왕
눈물을 보이기 전 그는 제한 시간이 1시간여 남은 상황에서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 2층 비공개 대국장을 갑자기 벗어나 화면에서 사라진 뒤 10분가량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대국을 지켜보던 내외신 기자 등 200∼300명의 참석자는 “어디로 갔나?” “돌을 던졌나”라며 술렁거렸다. 현장 해설자도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커 9단의 아버지 커궈판(柯國凡) 씨는 대국이 끝난 후 저장TV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화장실에 달려가 울었던 것 같다”며 “전날 잠도 못 자고 바둑 형세도 좋지 못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白)돌을 잡으면 80% 이상 승률을 올리는 커 9단은 이날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자신이 먼저 백을 잡겠다고 요청해 두었지만 209수 만에 돌을 던졌다. 대국을 마치고 오후 5시경 2층 비공개 대국실에서 1층으로 내려와 회의장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 선 커 9단은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이었다.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혀 갖지 못했다”고 심리적 부담을 털어놨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국이 끝난 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 이후 스스로 강화학습을 위해 벌였던 알파고끼리의 ‘셀프 대국’ 기보 50판을 매일 10판씩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판을 본 스웨(時越) 9단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상상만 하던 저 먼 미래의 대국 같다”고 말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의 은퇴는 아쉽지만 ‘바둑의 신’ 간의 대국을 분석하느라 기사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