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여성동아 차장
이미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고마워, 나를 도와줘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동화책이다. 이 책의 저자 ‘포겟 미 낫(Forget Me Not)’은 제주도에 있는 한 학교의 학생들이 만든 동아리다. 역사 수업을 통해 위안부의 역사를 알게 된 학생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3년 전 동아리를 결성했고 위키피디아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 국내외에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꼬박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번에 펴낸 책은 스토리 구성부터 그림, 번역(이 책은 우리말과 영어가 병기돼 있다), 교열, 출판을 위한 기금 마련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 손으로 직접 해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학생들이 한여름 제주시청 앞에서 레모네이드와 브라우니를 판매해 마련한 수익금은 초판 1300부를 찍어내는 종잣돈이 됐다.
이제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어떻게 계량화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대학들은 포장을 걷어내고 그런 가치들이 학생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진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비싼 돈을 들여 해외에 봉사활동을 가는 것보다 이장님과 의논해 우리 동네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든가 하는 일상적인 봉사와 헌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입시가 이런 식으로 바뀌면 거기에 맞춰 무늬만 그럴듯한 봉사 스펙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MCC의 연구에 따르면 마지못해 봉사활동을 시작한 학생들도 그 과정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재미와 의미를 알아간다고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온 마을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란 아이가 주변과 이웃에 그것을 돌려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명희 여성동아 차장 may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