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납치당했다가 탈출했어요”
6일 오전 3시 54분경 경찰 112센터에 한 여성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여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택시기사에게 납치당해 끌려가다 탈출한 뒤 피신했다는 아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동한 경찰은 가족과 함께 조 씨의 행방을 추적했다. 약 1시간 뒤 서울 성동구 수도박물관 앞에서 조 씨가 발견됐다. 그는 심하게 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음주 해프닝으로 여기고 조 씨를 귀가시켰다.
납치 소동의 진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112신고 직전인 6일 오전 3시 30분경 조 씨는 강변북로를 달리던 택시에 타고 있었다. 만취한 조 씨는 조수석에 앉은 채 갑자기 택시기사에게 “죽여 버릴 거야”, “거짓말 하는 놈들은 다 죽어야 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시속 100㎞로 달리는 택시의 운전대를 잡고 오른쪽으로 꺽었다. 경기 구리시 방면으로 향하던 택시는 난간을 들이받고 풀숲으로 추락했다.
조 씨는 경찰에서 “택시기사가 납치하려 해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시 블랙박스에 녹음된 자신의 욕설을 들은 뒤 “술에 취해 착각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로 조 씨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