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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난폭운전 민간구급차 세운 경찰에 “과잉단속” 시끌

입력 | 2017-05-19 03:00:00

의료진 없이 다른 병원 가는 환자 이송… 중앙선 침범-신호 위반하다 걸려
구급차 업체 “의사소견서까지 확인… 응급환자였으면 어떡할 뻔했나”
해당 경관 “시신 태운 구급차도 있어… 불법행위 방치땐 더 큰 사고 날수도”




12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도로를 질주하던 민간 구급차가 내는 소리였다. 그 뒤를 경찰 오토바이 한 대가 쫓아갔다. 민간 구급차와 경찰 오토바이의 추격전은 서울 강북구 도봉로에서 1km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결국 경찰관이 구급차를 멈춰 세웠다. 민간 구급차는 버스중앙차로를 따라 1.5km가량 달리며 중앙선 침범과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잇달아 위반했다. 이 과정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시민들이 놀라 급히 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민간 구급차 운전사에게 행선지와 함께 “응급환자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구급차 뒷문을 열고 보호자를 통해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가족은 “숨이 차서 급히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퇴원해 경기 동두천시의 다른 병원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응급구조사나 의료진은 보이지 않았다. 응급의료법상 응급환자 이송 때는 반드시 구조사나 의료진이 동승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응급구조사 유무에 따라 응급환자 여부를 판단한다. 민간 구급차 업체 측은 “차량 구조상 환자 가족이 동승하고 퇴원하면서 싸 온 짐까지 실으면 응급구조사가 탈 자리가 없다”며 “경찰이 환자의 전원소견서까지 촬영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했다.

경찰 단속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민간 구급차 운전사가 촬영한 4분 분량의 동영상이 뒤늦게 페이스북에 올라오면서 ‘과잉 단속’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 지식이 없는 경찰이 환자가 탄 구급차를 곧바로 보내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응급구조법을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강북경찰서는 17일 보건당국에 해당 업체의 응급구조사 미탑승 위반 사항을 고발했다. 또 탑승했던 환자가 응급환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운전사를 난폭운전 혐의로 처벌할 계획이다.

당사자인 서울 강북경찰서 송모 경위(50)는 올해 응급환자를 태우지 않고 교통법규를 위반한 민간 구급차 4대를 단속했다. 올 2월 사이렌을 울리고 신호를 위반하는 구급차를 단속했더니 응급환자 자리에 염을 마친 시신 한 구가 있었다. 4월에는 경찰차 앞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달리던 구급차를 세웠더니 아예 환자가 없었다.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경찰차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가 긴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

이 때문에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민간 구급차를 현장에서 바로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송 경위는 “과속과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을 일삼는 민간 구급차를 방치했다간 2차 사고가 일어날 우려가 크다”며 “정차 후 응급구조사가 타고 있다면 상황을 묻고 에스코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응급 환자를 태우지 않은 민간 구급차의 교통위반 단속 건수는 한 해 약 3000건에 달한다. 소방 관계자는 “119구급대는 신고 현장의 상황이나 환자 상태에 따라 사이렌과 경광등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며 “사이렌을 제한 없이 사용하고 교통위반을 반복하는 민간 구급차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일부 민간 구급차 운전사 중에는 상태와 별개로 어떤 환자라도 탑승하면 긴급자동차로 인정받는 것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있다. 유동배 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민간 구급차가 엄격하게 운영돼야 도로에서 신뢰를 받고 진짜 위급한 상황에서 양보를 얻을 수 있다”며 “구급차 운전사의 경찰 에스코트 요청 수신호를 보급해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환자 이송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