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2년… 서울 중소병원 5곳 출입관리 살펴보니
16일 오후 8시경 서울의 한 병원 주차장 옆 쉼터에서 환자복 차림의 중년 남성 2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들은 면회 온 지인과 20분가량 대화한 뒤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 이를 제지하는 병원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망자 38명, 학교 2700곳 휴업, 사회경제적 손실 10조 원(정부 추산).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남긴 피해다. 20일이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2년이다. 당시 메르스 확산의 원인 중 하나는 동네 병원은 물론이고 중소 병원과 대형 병원까지 환자와 보호자 출입 관리가 부실했던 탓이다. 메르스 사태 후 대형 병원은 전자 출입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 병원은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외출증 없어도 외출 가능”
외출 허가를 받지 않고 병원 근처 가게를 찾는 환자들도 끊이지 않았다. 오후 9시 서대문구 B병원 앞 카페에는 환자 한 명이 면회 온 지인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환자는 얇은 옷 때문인지 연신 기침을 했다. 지인이 “들어가야 되지 않냐”고 물었지만 환자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환자 김모 씨(51)는 “편의점이나 식당을 갈 땐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나온다”며 “외출증은 필요 없다. 어차피 그냥 나와도 뭐라 하는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 앞 호프집은 늦은 밤마다 술을 마시러 오는 환자들로 붐빈다. 호프집 주인 민모 씨(50·여)는 “환자복을 입고 오는 건 물론이고 링거를 꽂은 채 오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 병실 절반은 ‘활짝’
보호자 등 면회객을 통해 감염병이 퍼질 수 있지만 제한 조치는 허술했다. 오후 8시에 찾은 종로구 C병원에는 55개 중 30개 병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대부분 침대 위에 누운 환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훤히 보일 정도였다. 가족들이 다른 병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도 보였다. 기자가 1시간 동안 병원 안을 돌아다녔지만 신원을 확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중소 병원은 재정 여건 탓에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중소 병원 5곳 모두 ‘환자와 보호자의 무단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만 붙였을 뿐 실질적인 출입 제한 시스템은 없었다. 한 중소 병원 관계자는 “늦은 밤에 병문안 오는 사람을 일일이 확인할 정도로 출입 관리를 하기는 어렵다”며 “환자들의 외출 제한도 불만이 커 강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면 체계적인 출입 관리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감염병 관리를 잘하는 중소 병원에 출입 관리 시스템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신규진·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