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창 이윤택 연출가
이윤택 연출가는 지난해 2월 “연극을 정치에 예속시키려는 행위는 언젠가는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연장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문화 정책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동창인 이윤택 연출가(65)는 ‘친구 문재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이 연출가를 만났다. 요즘 경남 밀양연극촌과 부산에서 주로 머무는 그는 국제극예술협회(ITI) 특별상 수상을 위해 이날 서울에 왔다.
문 대통령과 그는 고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이 인연으로 이 연출가는 2012년 대선 때 찬조 연설을 했다. 문 후보가 소풍 갈 때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업고 간 이야기, 연극표 100장을 팔아 달라고 부탁하면 대개 표값 100만 원을 주는데, 문 후보는 64만 원을 입금하고 손때가 묻어 새카매진 표 36장을 돌려준 이야기를 했다. 일일이 표를 팔고 다닌 것. 문 후보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이 연설은 화제가 됐다.
결국 이 연출가는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정부 지원금 대부분이 끊겼다. 그는 “시대적 압력을 견뎌야 하는 지식인으로서 영광스러운 수모라 여겨 달게 받아들였다”며 껄껄 웃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뒤 이 연출가는 “이제 괜찮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사실 학창 시절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반에서 1, 2등을 했고 사회철학적인 모임에 참여했어요. 난 ‘소신 있게’ 공부 안 한 악동인 데다 합창, 문예반을 했죠.”
‘노는 물’이 달라 딱히 학창 시절 추억이랄 것은 없다는 게 이 연출가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 대통령은 입학할 때 입던 교복을 3학년까지 내내 입어서 소매가 껑충 짧아진 채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배를 곯아서 얼굴이 부르튼 미소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연출가는 부산에서 연극을 시작한 후 당시 ‘문변’을 몇 번 찾아갔다. “1987년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렸다가 경찰이 무허가로 운영하던 소극장을 헐어버리겠다고 해서 법적 자문을 받았어요. 물론 자문료는 못 줬고요.”
그는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면 집중적으로 더 투자해 고정 레퍼토리로 축적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일자리 창출을 경제 영역뿐 아니라 문화에도 적용시켜야죠. 이를 위해 문화예술인에게 의료, 교육, 생계지원 등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야 합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 연출가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부 요직을 맡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나온다. “나 말고도 장관 할 사람은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내가 자리 맡으면 비선 실세가 되고 나중에 전부 감옥 가요.(웃음) 문 대통령은 동창이 청와대를 찾아가도 의자 돌리는 사람인데, 저를 시켜줄 리도 없고요. 내 별명이 ‘문화 게릴라’ 아닙니까. 부산에서 후배 양성하며 철저히 아웃사이더로 지낼 겁니다. 하하.”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