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중국에 취재차 처음 갔을 때 교통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도로에 쓰러져 있는데도 행인들이 모두 구경만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관 역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그는 그대로 방치됐다. 중국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다. 6년 전 항저우(杭州)에서는 시후(西湖)에 빠진 여아를 보고도 구경만 하자 우루과이 여성 관광객이 뛰어들어 구해 중국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런 오불관언(吾不關焉) 현상은 중국 언론도 자주 비판한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개선은커녕 되레 심화되고 있다. 린위탕(林語堂·1895∼1976)은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설명했다. 문화와 습속이 다른 이민족의 지배가 많았던 중국에서 끼어들었다가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식이 부모를, 제자가 스승을 고발했던 문화대혁명의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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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