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산업부
전경련이 저성과자가 아닌 모든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조직의 중추인 10여 년 차 에이스부터 갓 들어온 막내 연구원들까지 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팀원의 80%가 나간 부서도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13∼24일 일반 직원 180여 명을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나흘 만인 같은 달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다시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임원(40%)과 팀장급(30%)에 이어 일반 직원들의 임금 삭감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이 전경련을 떠나기로 한 진짜 이유는 ‘비전 없는 미래’ 때문이다. 최근 사표를 낸 한 연구원은 “처음엔 급여가 깎여도 혁신에 동참하겠다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당장 1, 2년 뒤가 보이지 않는 조직의 미래에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혁신안이 운영 예산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전경련의 핵심 기능인 ‘조사 연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대선 때마다 앞장서던 경제정책 검증도 마비됐다. 올해 예산 삭감으로 연구용역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홍보실은 부서 운영비를 줄인다며 신문 구독을 끊었다. 국내 유일의 ‘신문 없는 홍보팀’이란 한탄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오랜 기간 되풀이된 조직의 관행에 무감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을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그저 ‘시키는 대로 했던’ 젊은 직원들이 그 짐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시장 경쟁력을 위한 노동 유연성을 강조해 오다 직접 구조조정의 당사자가 된 전경련 수뇌부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전경련의 한 임원은 “이론과 현실은 다르더라”고 말했다. 전경련이 ‘교과서적인 혁신’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는 ‘진정성 있는 개혁’에 성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