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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곽흥렬]‘ㅜ’가 득세하는 시대… 모음조화 잘 지켜야

입력 | 2017-05-03 03:00:00


‘손주 보면서 쉬세요. 보구 싶지 않습니다.’

어느 인터넷 신문의 대통령 선거 투표와 관련된 기사에 달린 짤막한 댓글이다. 이 문장들을 보면서 우리가 ‘…구’라는 표현을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문법에는 모음조화 규정이 있다. 그런데 모음조화 파괴 현상이 이제 일상화되었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손자와 손주의 경우를 놓고 보아도 그렇다. 지난날엔 ‘손자’만 표준어이고 ‘손주’는 서울 지역에서 사용하는 사투리였다. 그러던 것이, 사람들이 ‘손자’ 대신에 너도나도 ‘손주’, ‘손주’ 하다 보니 급기야 국립국어원에서 손주도 표준말로 인정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왜 당연히 ‘ㅗ’를 써야 할 자리에 한사코 ‘ㅜ’를 쓰는지 그 이유를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보구 싶지 않습니다’에서 보듯, 이제는 모든 ‘ㅗ’가 ‘ㅜ’로 변해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습관적으로 ‘삼촌’을 ‘삼춘’이라고 부른다든가 ‘사돈’을 ‘사둔’으로 발음하듯, ‘보고 싶다’ 대신 ‘보구 싶다’를 자꾸 쓰면 이것도 결국 나중에 올바른 표현으로 인정돼 버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하고요’ ‘…라고요’ 하는 말들의 경우도 그렇다. 서울 사람들은 이 말을 서울 사투리인 ‘…하구요’ ‘…라구요’라고 발음한다. 지방 사람들 가운데는 서울말에 대해 은근한 부러움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니, 무조건적인 추종 심리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당연히 ‘ㅗ’를 써야 할 자리에 남이 ‘ㅜ’를 쓰면 그것이 바르지 못한 표현임을 깨닫고 자기는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그게 무슨 멋스러운 표현이라고 한사코 따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해 불가한 일이다.
 
곽흥렬 동리목월문예창작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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