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 턱받이 제작 계기… 초기 개발비-수요조사 지원키로
중증·중복뇌병변장애인부모회(중애모) 이정욱 회장(50·여)은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털어놨다. 유아용 기저귀는 너무 작고, 성인용 기저귀는 밴드 형태나 사이즈가 신체에 맞지 않다. 용변을 가리지 못해 잘 때는 꼭 필요한 방수용 패드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는 아기용 방수패드밖에 구할 수 없다. 침대 싱글 사이즈 정도로는 나와야 새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것이 보호자들의 의견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장애인 부모의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수요가 많지 않아 매출을 담보할 수 없다며 관련 기업이 제품 개발에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정부에서 복지용구(用具)라는 이름으로 의료용품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어렵다.
서울시가 장애인용품 개발 및 구매 지원에 나서게 된 데는 1월 열린 ‘디자인 톡톡쇼’가 한몫을 했다. 톡톡쇼에서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뇌병변 장애인 부모들이 원하는 턱받이(사진)와 옷 수선 리폼북(reform book)을 제작했다. 이 쇼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뇌병변 장애인 보호자들의 감사와 문의 전화가 서울시로 쇄도했다. “장애인 부모로서 그런 일을 한다니 고맙다. 지방에 사는 우리도 사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전화들이었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다양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체 기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나 사회적 펀딩을 받는 방법 등 추가적인 재원 조달 방법을 보호자 모임에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