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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때, 인문학시대 곧 도래할 것”

입력 | 2017-04-28 03:00:00

7개 언어 능통 ‘세계문화전문가’ 조승연 씨




조승연 작가는 언어 공부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 작가는 “매일 아침 휴대전화를 끈 채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오전 시간은 책을 읽는 데 투자한다”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외롭고 심심한’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 조승연 씨(36)는 책을 보고 있었다.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베크의 소설 ‘어느 섬의 가능성’ 원서였다. 그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의 배경과 함께 유럽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현대문명의 위기 논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프랑스 대선판의 변화 등 기존의 가치관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서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는 철학 등 인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역시 머지않아 인문학의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50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공부기술’ 등 20여 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자 tvN ‘어쩌다 어른’과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등을 통해 해박한 인문학 지식을 전달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잘 알려진 방송인 조 씨. 7개 국어를 구사해 ‘언어천재’로도 불리는 그는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 유학하면서 각국 언어를 배우고 역사 문헌을 찾아보면서 독일어와 라틴어, 중국어를 익혔다고 했다.

조 씨의 해외 유학 경력에 대해 ‘금수저’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뉴욕에서 대학 다닐 때 학비를 벌기 위해 ‘공부기술’을 썼어요. 친구 삼촌의 가게에서 일하며 밤에 자지 않고 쓴 책입니다. 중학교 시절 수학 50점에 불과했던 제가 미국 뉴욕대에 입학하게 되기까지 성적이 상승한 공부법을 담았어요. 이 책이 생각지도 못한 대박을 쳤습니다.”

그는 갑작스러운 ‘대박’이 오히려 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세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지만 흥청망청 썼습니다. 곧 신기루처럼 사라졌어요. 남은 돈으론 혼자 뉴욕의 단칸방에서 책을 읽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때 읽은 많은 책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역사와 철학 등 다양한 인문학에 능통해 ‘세계 문화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책의 힘 덕분”이라고 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시력이 좋아지는 새로운 안경을 쓰는 느낌이에요. 통념을 뒤집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들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지식의 배경이다.

인스턴트 인문학이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그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통 철학을 연구하는 분들보단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과거 철학자의 딱딱한 말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당시 시대 상황과 문화에 대한 정보를 덧붙여 전달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고 쉽게 공감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읽고, 쓰고, 말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처럼 재밌게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과 함께 대화하고 강연하고 싶어요.”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