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자평했다. 2007년 대선에선 세종시에 찬성한 이명박(MB) 당시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엔 반대했던 전력이 있다. 2009년 MB가 국가백년지계를 강조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자 여당에서 ‘원안 고수’를 외치며 반대한 주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05년 한나라당 대표로 행정도시특별법을 제정한 그는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신념을 고수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미생지신(尾生之信·미생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 오는 날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익사했다는 고사)을 인용하며 정부 잘못은 고쳐야 신뢰를 받는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15일자 사설 ‘트럼프 씨의 10초짜리 신념’에서 시리아 사태 불개입 등 기존 입장을 뒤집은 15개 항목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트럼프가 유일하게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배신’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의미여서 지지자들은 되레 반긴다는 분석기사도 같은 날 실렸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