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 4.0시대 열려 디지털시대 직업은 노동계층 변화불러 근로자 중심으로 노동시장 바꾸려면 과감한 결단으로 노동법 손봐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태풍은 예상보다 훨씬 더 구조적이고 파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변화가 우리 노동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노동시장과 노동법의 혁신 과제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독일 정부가 2016년 11월 내놓은 ‘백서 노동 4.0’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노동법의 도전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제시하였다. 근무 장소와 근로시간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 가능성을 넓히고, 구직자와 재직자의 직업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고용보험의 역할을 강화하며, 자영업자의 자유를 촉진하고 직업적 실패를 치유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대를 제시하였다. 건강한 노동을 위한 새로운 논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였고, 근로자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제기하였다. 전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맞이하여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논의되던 노동법의 개별 쟁점과 정책 대안을 잘 요약하였다. 독일이 왜 선진국인지, 정부와 지식사회가 어떤 책무와 역할을 맡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미래지향적인 노동법의 구조 변화를 위해서는 사업장 질서를 스스로 세우는 근로자대표 제도의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독일의 노동 4.0 백서는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기업은 디지털 시대의 핵심 요건이며, 이를 위해서 다양한 고용 형태와 노동조직을 반영할 수 있는 종업원대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종업원 간의 불공평한 분배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 제도의 마련이 노동법 구조개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을 아우르는 민주적인 근로자대표가 구성되어야 이중 구조,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기업은 획일적이고 경직된 근로 기준을 넘어 좀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노동 조직과 노동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대표가 서로 대등한 당사자로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노동법의 규제들이 훨씬 더 개방되어야 한다. 또한 교섭 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당사자의 의지와 능력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사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조속히 중재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기업은 변화에 대응하여 과감히 혁신하는 기업조직을 만들어 가고 근로자대표는 기업과 협력하면서 근로자 보호와 이익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파트너십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노동법 구조개혁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어떠한가.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