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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남부 백악관’ 마러라고

입력 | 2017-04-07 03:00:00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는 식품회사 ‘포스트 시리얼’의 상속녀인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7년에 8만 달러를 들여 지은 대궐 같은 별장이다. 그가 1973년 플로리다 주 정부에 대통령 별장으로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뒤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이곳을 찾았다. 대통령 별장으로는 부적합한 곳이었다. 관리비용과 세금이 연 100만∼300만 달러나 드는 데다 인근 국제공항 때문에 비행기가 수시로 날아다녀 경호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1981년 포스트재단에 넘겨진 마러라고를 도널드 트럼프가 1986년 사들였다. 당초 트럼프가 1500만 달러에 팔라고 해도 끄떡 않던 포스트재단이었다. 그는 마러라고 앞에 집을 지어 바닷가 전망을 가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재단은 별장 500만 달러에 골동품과 가구까지 끼워 800만 달러에 트럼프에게 넘겼다. 장사꾼 트럼프의 협상 비법이었다. 1만 m²(약 3000평)에 객실 126개, 수영장, 골프장까지 갖춰 트럼프는 회원제(500명)로 하루 숙박료를 2000달러씩 받아 돈을 벌었다.

▷요즘 마러라고는 ‘겨울 백악관’ ‘남부 백악관’으로 불린다. 금요일만 되면 트럼프가 플로리다로 날아갔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여기서 열린다.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가는 전용 별장 캠프데이비드를 놔두고 마러라고를 이용하는 데 드는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과 경호 비용, 숙박료 등은 모두 국민 세금이다. 두 달 동안 2000만 달러나 썼다.

▷패밀리 비즈니스와 대통령의 의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해상충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트럼프는 두 아들에게 부동산 사업의 경영권을 넘겼다고 했지만 트럼프 패밀리가 이득을 얻는 구조는 매한가지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 이어 패션과 보석 사업을 하는 맏딸 이방카까지도 백악관에 사무실을 내준 트럼프다. 공사(公私) 구분을 못 하는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이었다면 탄핵 위기에 내몰리지 않았을까.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