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라이너 슈타흐 지음·정항균 옮김/424쪽·1만8000원·저녁의책
이 책은 카프카 연구자인 저자가 조사하고 발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카프카의 일기와 가족과 친구, 애인에게 보낸 편지 등이 바탕이 됐다. 저자가 꼼꼼하게 수집한 이 자료들은 인간 카프카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카프카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앞두고 선생님의 호주머니에서 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슬쩍’했다는 것, 훗날 세계적인 작가가 됐음에도 독일어 성적은 ‘미’ 이상을 내지 못했다는 것 등이 그렇다.
널리 알려진 얘기 중 하나는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만난 소녀와 인형의 편지에 관한 사연이다. 인형을 잃어버리고 우는 소녀를 위해 그는 몇 주간 인형이 보냈다는 편지를 읽어준다. 물론 카프카가 대필한 것이다. 실제 편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카프카의 마지막 연인 도라 디아만트가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알려진 얘기다.
책이 전해주는 카프카의 다양한 일화들은 오히려 그의 작품의 비밀스러움을 돋운다. 인간적으로 평범하고 때로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미궁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