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시민기증 탄피 6개 감식의뢰… 중화기 종류-생산시기 등 22일 통보 벌컨포 추정 탄피 5개 1979년 생산
5·18기념재단은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감식을 끝낸 벌컨포 추정 탄피 5개와 다른 중화기 탄피 1개를 돌려받았다. 이들 탄피 6개는 뇌관을 치는 격발장치인 공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실제 사격이 이뤄진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그는 당시 광주 남구 주월동 월산마을에서 살았는데 사돈에게서 ‘누군가 봉주초등학교 옆 논두렁에 탄피를 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1980년 5월 말 논두렁에서 벌컨포 탄피로 추정되는 탄피 2개와 다른 중화기 탄피 1개를 주웠다. 이후 인근 산에서 대검 2자루도 주웠다. 그는 이후 총기 수거령이 내려지자 대검은 버렸지만 탄피 3개는 커피 병에 넣어 뒀다.
이 씨는 1월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헬기 사격으로 추정되는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보관하던 탄피 3개를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이 씨는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는지 5·18 진실을 밝히는 데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정신을 차려 보니 공수부대원들은 없었다. 이후 시민군 차량을 타고 나주시 남평읍 집까지 돌아와 치료를 받았다. 사흘 뒤인 24일 오후 3시경 고립된 광주 상황이 궁금해진 김 씨는 나주시 남평읍과 광주시를 연결하는 고개 한두재에 갔다. 한두재 정상 중턱에 검정색 브리사2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차량 운전대에서 운전자 좌석까지 손가락 굵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운전석에 머리카락 20여 가닥이 흩어져 있었지만 핏자국은 없었다. 김 씨는 차량에서 5m가량 떨어진 곳에서 벌컨포 추정 탄피 3개를 주워 집으로 돌아와 비료봉지에 넣었다.
이후 1989년 국회 광주특위청문회에서 고 조비오 신부가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증언하는 뉴스를 봤다. 나주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그가 “탄피를 공개해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며 만류했다.
김 씨는 지난달 8일 윤장현 광주시장이 ‘헬기 총격과 관련된 5·18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 뉴스를 보고 탄피 3개를 5·18기념재단에 기증했다. 김 씨는 “지금이라도 당시 신군부가 잘못을 인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두 사람이 기증한 탄피 6개의 감식을 의뢰했다. 그 결과는 22∼23일 통보될 예정이다. 벌컨포 추정 탄피 5개는 1979년 생산됐다는 분석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 증거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머지 1개는 중화기 종류, 생산 시기도 함께 통보될 것으로 보인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군 문서에는 5·18 당시 벌컨포로 무장한 코브라 공격헬기 등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기록이 있다”며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물론 발포 명령자와 희생자 암매장 등 밝혀지지 않은 5월 진실 규명에 주력할 것”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