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 ‘연상녀-연하남’ 변천사
○ ‘연하남은 애완동물?’…TV 예능의 연하남 10년사(史)
21세기 들어 대중문화에서 연하남은 심심찮은 단골 소재였다. 이승기의 데뷔곡 ‘내 여자라니까’(2004년)나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2008년)는 대놓고 연상녀의 맘을 흔드는 노래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는지, 딱 10년 전인 2007년 방송도 본격적인 연하남 예능이 등장했다.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이었다.
2007년 코미디TV의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 연하남 소재 예능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시즌7까지 이어지며 큰 인기를 누렸다. 허나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부풀렸다는 비판도 거셌다. 동아일보DB
그러나 같은 우결의 가상 부부로 2009∼11년 출연한 조권과 가인은 그간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소 유약하고 까불거리는 이미지이긴 했으나 둘은 동갑내기처럼 동등한 눈높이에서 로맨스를 펼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구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사고는 물론이고 생활방식도 변화했기 때문”이라며 “결국은 TV 예능도 보편적인 시청자의 인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 결국 문제는 나이가 아니건만…
재밌는 건 이후 연하남에게 초점을 맞춘 예능이 TV에서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우결이나 여타 파일럿 프로그램에 연상연하 커플이 나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나이 자체가 주목을 받진 않았다. TV 속에서도 밖에서도 ‘평범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연하남을 다룬 TV 예능 프로그램들. 실제 부부가 나온 tvN ‘신혼일기’와 10세 차이인 연상연하의 만남을 다룬 ‘10살 차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던 가수 조권과 가인(첫번째 사진부터). tvN·MBC 제공
반면 ‘10살 차이’는 시청률 0.8%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형적이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극단적이진 않아도 출연 남성은 예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연상남은 안정적이고 의젓하며, 연하남은 활발하고 장난기 가득하다. 설 교수는 “요즘 시골에서 국제결혼을 색안경 끼고 보면 욕먹을 것”이라며 “이미 자연스러워진 패턴을 오히려 도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에이전트2는 묘한 혼란을 느꼈다. 우주에서 한국인만큼 나이 따지는 이들이 있을까. 놀이터에 가면 애들조차 서로 “몇 살이냐”고 묻는다. 진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연상연하 커플이란 말은 나오지도 않았을 텐데. 그때 에이전트26이 조용히 어깨를 다독거렸다.
“그럼, 우리 앞으로 말 놓을까?”
아, 이 ××…. 고맙다, 여기선 나이가 계급인 걸 일깨워줘서.(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