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상상킹-상상퀸 선발
지난달 20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사내 식당. 1월의 ‘상상킹’과 ‘상상퀸’에 뽑힌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패기’를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부터 사내 직원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직접 챙기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 시스템인 ‘상상타운’에 우수한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남긴 사원들 중 매월 남녀 1명씩을 식사에 초대한다. 지난해까지는 매년 남녀 1명씩을 선발하던 것을 월간으로 바꿨다.
박 부회장이 상상왕 직원 모시기에 직접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문제는 세계 2위인 D램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다른 메모리반도체 분야인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세계 5위권에 머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발 앞선 혁신이 없다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경영진의 혁신 주문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돌연사) 할 것”이라며 ‘딥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회장은 1월 그룹 신년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사람에서 시작해 조직별, 그리고 회사별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재정의하고 실행하면 전체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딥체인지의 답을 ‘현장 혁신’에서 찾기로 했다. 그는 최근 경영설명회에서 “현장에 있는 구성원 70% 이상이 참여하는 상상타운이 현장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회사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6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사내 인트라넷 ‘상상타운’에 올라온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2014년 시작된 상상타운은 사원들이 인트라넷에 실무 관련 아이디어를 올리면 그중 우수 제안을 채택해 업무 개선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상상타운에는 지난해까지 26만 건의 제안이 올라왔고 이 중 73%인 19만 건이 실제 업무에 반영됐다. 사원들이 올리는 아이디어를 현장에 접목하자 비용 절감과 수익 향상이 뒤따랐다.
2만여 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집단지성 효과는 반도체처럼 수백 개의 개별 공정으로 나뉜 사업 현장에서 더 극대화되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모여 딥체인지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딥체인지 엔진이 될 상상타운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 캐릭터를 도입해 재미 요소를 높였다. 상상타운 내 각 구성원의 신분이 참여도에 따라 ‘평민-중인-귀족-왕족-황제-신’ 단계로 레벨 업 되는 방식이다.
상상타운이 오픈한 직후 20년간 직접 기록해오던 개선 아이디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한 김미애 기장(일반 기업의 차장급)은 “현장의 불합리를 개선하는 변화의 시작은 바로 주인의식”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