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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엔 사드 보복 강화하면서 北엔 간접 지원하는 속내는?

입력 | 2017-03-05 15:36:00

베이징의 리정철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된 리정철을 맞교대로 베이징(北京)에 머물게 하는 등 북한과의 우호를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에 온 리 부상은 4일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고려항공 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 리 부상은 방중 기간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 등 외교부 고위급을 두루 만나 김정남 암살 사건과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상은 지난해 6월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방문해 시진핑(習近平)국가주석과 만난 후 약 9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첫 고위급 인사다.

왕 부장은 리 부상과 만나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금지한 독극물을 사용해 김정남을 피살한 사건으로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을 간접 지원한 것이다.

리 부상이 떠나는 4일 새벽 증거 불충분으로 끝내 기소되지는 못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추방 당한 리정철은 북한으로 돌아가는 경유지라며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이날 리 부장과 함께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베이징 북한 대사관에 머물며 여론전을 펼쳤다.

이날 오전 0시 20분경(현지 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리정철은 AP통신 등 외신의 취재에 “이런 식으로는 안하겠다. 똑똑히(똑바로) 하자”며 선전전을 예고했다. 이어 중국 공안의 보호 하에 베이징 북한대사관에 도착한 리정철은 오전 3시경 대사관 정문 철창 너머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날조된 증거로 김정남 살해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경찰이 휴대전화 통화 이력과 독약을 싼 종이, 자신의 가족 사진까지 제시하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13분가량 발언을 이어 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그가 공공장소에서 언론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먼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 리정철입니다”라고 말했고 기자의 질문에 “내 말이 끝나면 물어보라”며 작심하고 발언에 나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말레이 경찰이 모두 자백하면 말레이시아에서 잘 살 수 있다고 부추겼다”며 “말레이시아 땅에서 아무리 잘 산다 해도 내 조국만 못하다”고도 말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5일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는 불공평했고, 아내와 아이들의 생명을 가지고 위협했다. 거짓 증거와 범죄 증거를 인정하라고 했지만, 끝까지 이를 부인했고 결국 풀려났다”는 리정철의 발언을 소개했다. 리정철은 이어 4일 오후 4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한 시간 전 갑작스럽게 일부 일본 언론 등에 통보했다가 10분 전 아무런 설명 없이 취소했다. 그는 7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임박한 시기인데도 중국이 리 부상의 방문을 받아 외교적 고립을 완화해주고,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된 리정철은 대사관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선전을 할 수 있게 한데는 사드에 대한 불만 표시 등 중국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풀이했다.


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