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피고인을 겨우 설득해 항소를 이어가고,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검사와의 기싸움과 법정에서 펼치는 치밀한 변론까지….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 아내와 딸을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피고인(지성)을 위해 맹활약하는 국선변호사 서은혜(소녀시대 유리)의 모습이다. 드라마 피고인 뿐 아니라 최근 영화 ‘재심’ 등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변호사들의 활약을 다룬 대중문화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면서 국선변호사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 중인 강철구(47·사법연수원 37기) 노형미(36·여·사법연수원 44기)에게 드라마와 현실 속 국선변호사의 모습을 비교해 들어봤다.
“이 사건은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실제로 최근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 수 증가 등으로 인해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속적인 사건 수임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국선전담변호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국선전단변호사의 모집 경쟁률은 10.3대1에 달했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의 최상위권 성적 보유자들이 다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변호사 역시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하다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재원이다.
“질 사건만 맡으니까 당신이 매번 지는 거야!”
드라마에서 지성이 검사 시절, 국선변호사로 만난 유리를 향해 내뱉은 말이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국선변호사의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경우가 많을 뿐 사선(私選)변호사가 참여하는 재판의 무죄율과 다르지 않다”며 “국선전담변호사 역시 2년에 한 번 갱신 절차가 있어 경쟁시스템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피고인을 위해 악착같이 변호를 하는 드라마 속 국선변호사의 모습이 실제와 가장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강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사건을 맡게 돼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큰 항의를 받아, 법원 경위의 도움으로 뒷문을 통해 나간적도 있다”며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도움을 청하기 힘든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돕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