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연극 ‘남자충동’]
이혼하고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어머니(황영희)를 말리는 장정(류승범·오른쪽). 프로스랩 제공
3월 26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남자충동’은 전남 목포시를 배경으로 주먹이 최고라 여기는 ‘수컷의 삶’을 차지게 풍자한 작품이다. 조광화 연출가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1997년 초연돼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다.
주인공 이장정 역의 류승범은 단순하고 우악스러우면서도 천진한 면이 있는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한다. 그가 연극무대에 선 것은 ‘비언소’ 이후 14년 만이다. 장정 역에는 박해수가 더블 캐스팅돼 선 굵은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장정의 부하들이 다리를 건들거리는 춤을 추며 남자라면 무릇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통념에 부합하기 위해 주먹을 휘두른 경험을 하나씩 토해내는 대목은 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아버지 역의 김뢰하, 어머니 역의 황영희 등 관록 있는 배우들도 무대를 꽉 채운다. 달래 역의 송상은이 들려주는 놀라울 정도로 맑고 고운 음색은 비정하고 탁한 폭력의 세계와 선명하게 대비된다. 라이브로 연주하는 베이스기타의 묵직하고 끈적끈적한 음색은 감정선을 배가시킨다. ★★★★(★5개 만점).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1관. 4만∼6만 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