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이재용 영장 재청구, 재벌 개혁 출발점 …처벌 안 하면 악질적으로 진화”/채동욱 전 총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채동욱 전 총장은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재용 부회장 영장 재청구 문제와 관련해 “이번에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다면 관련 소명 자료에 대해서 충분히 더 보완이 되어서 소명에 자신이 있지 않느냐는 것을 의미한다”며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면서 “제대로 원칙적으로 수사되어서 처리가 이루어진다면 여러 가지 순기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해도 된다고 조언했던 사람들은 다 잘려나갈 것이고 오히려 삼성경영진내부에서는 앞으로 총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되겠다고 하지 않겠냐”면서 “결과적으로 삼성이라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삼성이 좀 더 투명해지고 합법적인 기업이 되고 더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새로 태어나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채동욱 전 총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우리나라 나머지 재벌들 전체에게도 ‘아무리 경제 권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합법 경영을 하지 않으면 예외 없이 총수가 구속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다는 것”이라며 “이는 재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채동욱 전 총장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 반대 측이 펴는 국가경제 위기론에 대해서는 “현대 자동차든, SK든, 한화그룹이든 (총수 구속 이후) 기업가치가 하락하거나 대외신인도가 추락해서 국가경제가 더 어려워졌었나?”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해당기업의 투명성이나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보는 쪽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2003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사건 때 서울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채동욱 전 총장은 당시 사건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의 차이점에 대해 “삼성그룹이 지배권을 승계시키거나 강화한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서 경제적인 이득을 봤다는 면 등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에버랜드 사건은 삼성 계열사와 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국민의 2100만 명이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가 손해를 봤다”며 “그 수법을 보더라도 단순히 삼성그룹의 문제로 해치운 게 아니라 뇌물공여까지 해가면서 국가 기관까지 총동원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전의 에버랜드사건을 수사했던 경험과 이번의 언론보도를 통해서 느껴지는 것은 재벌들을 처벌해야 할 때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그 폐해는, 손해는 더욱 커지고 또 그 수법 또한 아주 악질적으로 진화한다”며 “방법이 굉장히 진화한다. 법보다도 더 앞 서 간다”며 이번에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