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관련해선 유독 불행한 우리 진보-보수를 떠나 정직하고 능력 갖춘 국민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철저한 검증 위한 제도 보완은 필수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존경할 만한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지도자를 믿고 따르게 되면 그 국민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고, 애국심과 헌신을 느끼고 스스로 주권의식을 가지며,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며,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잘못된 정책을 스스로 보완해가며 성공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성공 국가의 신화를 이룩한 우리는 왜 유독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불행한 것인가. 사실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고 자살률이 매우 높은 것은 국민 스스로의 문제겠지만 대통령이라도 잘 뽑으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침체, 사회적 계층화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국가 지도자들과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배제와 분열의 정치가 사실상 온 국민을 소외시켜 왔다. 성공의 신화가 저물어가는 요즈음 그래도 위기 때마다 대통령과 국민이 뜻을 함께하여 극복한 경험이 있어 한 가닥 희망을 준다.
국민이 존경할 만한 지도자를 뽑기 위해서는 각 후보의 리더십 덕목을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 존경할 만한 리더의 덕목에 대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설문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전 세계 7만5000명을 대상으로 15년 동안(1987∼2002년) 3회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직, 선견지명, 능력, 영감의 순으로 중요성이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지성, 공정성, 포용력 등이 지적되었다. 리더는 믿을 수 있고, 약속을 지키며,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고무적이고 열정적이어야 하고, 인도할 만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뢰(credibility)가 리더십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출을 위한 주요 기준은, 첫째 진실되고 원칙을 지키는가, 둘째 비전과 철학 그리고 목표와 방향이 명료한가, 셋째 과거 기록은 어떠하고 직무완수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넷째 영감을 줄 정도로 열정적이고 긍정적인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에 우선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더와 추종자는 상호의존적이며 공생관계에 있다. 따라서 후보별로 리더십 덕목을 신중하게 평가하여 뽑는 것이 국민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대선에서 리더십 덕목 중심의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매니페스토 운동을 활성화하며, TV 토론을 3회 이상 정례화하여 많은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념과 정책과 더불어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능력이 다각도로 평가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굳이 세종대왕, 링컨, 처칠 같은 위대한 지도자는 아니더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같이 떠나면서 55%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뽑아야 될 것이 아닌가.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